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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아름답게 물러나기

2018-02-05
[월요칼럼] 아름답게 물러나기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필자의 대학 친구는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이다. 다음번 인사 때는 지점장을 맡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년 전부터는 주요 보직을 맡기지 않는 회사의 관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다. “올해부터 회사를 그만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게 물러나고 싶다.”

친구의 말에서 퇴직을 앞둔 공직자에게 들었던 말이 오버랩됐다. 그는 은퇴 후의 모습이 아름답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민원인들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일을 했다. 그래서 갑의 마인드를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은퇴 후 버스 타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출퇴근도 했다. 퇴직 이후 그를 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바람대로 은퇴 이후의 모습이 아름다울 것 같다.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 물러난 이후의 모습이 아름답기는 내가 꿈꾸는 미래다. 그래서 아름답게 물러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또 아름답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배울 것은 없는지 찾는다.

아름답게 물러나기가 아주 어려운 곳은 정치권이다. 자신이 누린 권한이나 명예가 크기에, 누리고자 하는 권력에 대한 미련을 털기가 쉽지 않기에, 아름답게 물러서기가 더 힘든 곳이다. 그래서 정치권 인사가 멋지게 물러나는 모습은 더 아름답다.

6·13 지방선거가 열리는 올해, 난 아름답게 물러나는 정치인을 많이 보길 원한다.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있다. 내가 알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퇴진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작년 12월21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올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불출마 이유가 멋졌다. 더 큰 도약을 위한 미래교육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3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는 아름답고 멋지게 물러났다.

지난달엔 이동희 전 대구시의회 의장이 SNS를 통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음을 비운다는 표현도 있었고, 훌륭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남겼다. 이 전 의장은 4선 대구시의원으로 수성구청장 출마에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그의 불출마 선언은 의외였다. 그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태산 같이 많지만 떠날 때는 말없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4선의 관록답게 그는 아름답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러 모습으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인사들이 나타날 것이다. 올해 지방선거 때도 상향식 공천으로 공천자를 가리는 지역이 있을 것이고, 전략공천 지역도 나타날 것이다. 여론조사나 당원투표로 공천자를 가리는 상향식 공천은 지역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략공천은 인적쇄신을 위해 정치신인을 영입하거나 여성이나 장애인 출마예정자를 배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난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 모두 의미가 있기에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각 정당의 공천경쟁은 진행형이다. 민주당의 대구·경북 지지율이 예전보다 높아 인물난을 겪었던 과거의 공천과는 다를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넘쳐나기에 자유한국당의 공천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 같다.

상향식 공천에 대비하는 출마예정자도 있고, 전략공천을 기대하는 예비후보군도 있다. 상향식 공천에서는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고 멋지게 물러나는 장면을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략공천 지역에서는 탈락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도 난 전략공천지역에서도 아름답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전략공천이 공천권자의 ‘내 사람 심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걸 누렸던 사람들은 더욱더 새로운 리더십 출현에 응원을 보내면서 아름답게 물러나는 모습을 이번 지방선거 때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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