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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대구 교육의 혁신을 교육감에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2018-02-12
[행복한 교육] 대구 교육의 혁신을 교육감에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한 학년을 마치는 날 통지표를 주면서 아이들이 쓴 편지와 바꾸었다. ‘재미있게 공부를 하게해 줘서 학교 오는 게 즐거웠습니다.(수진)’ ‘선생님 은혜는 지구 1바퀴를 돌아도 안 갚아질 것입니다.(현서)’ ‘솔직히 말하면 저도 선생님의 안티예요.ㅎㅎ(나경)’ 내가 정말 좋은 선생이었는지는 세월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편지에 이렇게 칭찬을 해 주어서 참 고맙다. 무엇보다 학교 오는 것이 즐겁고 수업이 즐거웠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191일 동안 공부를 하면서 날마다 교단일기를 쓰며 학급운영을 기록하고 성찰해 왔다. 친절한 교사, 체험을 통해 아름다운 배움의 기억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부끄럽지 않은 한 해였다. 나는 모든 교사가 최소한 이런 정도의 보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께, 안녕하세요, 부탁합니다, 환영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아주 유용한 표현들은 모두 가정에서 배우기 시작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아이들은 가정에서 정직함,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 부지런함, 동정심을 느끼는 것, 어른과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 역시 가정에서 배워야 합니다. 청결하고, 입에 무언가 있을 때는 말하지 않으며, 어디에 어떻게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지는 가정에서부터 배우게 됩니다. 또한 정리와 계획하는 방법, 소지품을 잘 관리하는 법, 아무 때나 다른 사람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가정에서 배웁니다. 여기 학교에서는 언어, 수학, 역사, 지리, 물리, 과학 및 체육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단지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교육을 한층 더 심화해줄 뿐입니다.”

이 내용은 포르투갈의 한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글인데 전 세계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과 학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나누어 두었다. 이 글을 읽은 어느 교사는 “대한민국에서 저렇게 말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교사들이 학부모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 말로 표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교사들은 포르투갈 학교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부럽다는 말이다. 학교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 교사들은 지난 세월을 보내면서 희망 직업 1순위라는 사회경제적 지위 이상으로 교사로서의 자기 효능감이나 자율성이 늘어났으며 보장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서 나는 부정적이다. 어쩌면 정반대로 교사들은 그동안 무기력을 학습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젊은 교사들마저도 일찌감치 더 좋은 교사가 되기보다는 더 빨리 교장자격증을 따기 위한 점수를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런 면에서 대구교육의 혁신은 교사들의 교사다움을 회복시켜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장이나 교감이 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교사가 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작년 이맘때 ‘대구에도 봄 같은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글을 썼다. 작년 봄에 우리는 촛불로 봄을 만들고 촛불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우리 교육에 봄이 왔는지 아직까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모순이 얼마나 크고,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첨예한지 교육부가 정책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교육부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하겠다고 했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기도 하지만 온 국민이 나름대로 교육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는 현실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교육을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보다는 경쟁의 결과를 통해 얻을 사회경제적 지위에 내 자식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는 별수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구교육의 혁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내일(13일)부터 6·13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교육감이 되려는 분들이 예비후보에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이제 시민들은 대구교육의 혁신을 위해 어떤 교육감이 필요한지, 어떤 교육 정책이 필요한지를 후보가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마을마다 교육감 후보들을 불러와서 교육정책에 대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방송과 신문들도 토론을 활성화하여 후보들의 격을 높여야 한다. 구경꾼이 되어서는 누구도 대구교육을 혁신할 수 없다. 정치이념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교육은 그냥 맡겨 두어서는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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