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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취업에 앞장 ‘시 읊는 마을목수’

2018-02-28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
마을목수학교 운영 등 활동 다양
“우리만 잘살면 잘사는 거 아냐”

취약계층 취업에 앞장 ‘시 읊는 마을목수’
지난 13일 대구 서구 평리동 다울건설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조기현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괜찮아. 일주일에 하루만 일을 해도/ 괜찮아, 하루에 2시간만 일을 해도/ 괜찮아. 그냥 찾아와서 보고만 있어도 돼/ 괜찮아. 용기를 내란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그냥 우리 같이 있자/ …/ 그래, 놀러와. 기다릴게. 당신을 기다리고 준비할게.’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52·대구시 서구 평리동)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시 ‘마을목수 세상 사는 이야기’의 일부다. 조 대표는 동네시인이자 목수·주택 에너지진단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이윤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는 기업’이 되고자 다울건설협동조합을 세운 그는 건설분야 취업을 돕기 위해 부설 ‘마을목수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마을목수학교 작업장에서는 동대구노숙인쉼터 회원들이 목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6개월 과정의 건축목공 아카데미는 수료했지만, 내달 열릴 작품전시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조 대표는 “가난하고 춥고 힘없는 취약계층들을 위한 ‘따뜻한 방 한 칸’에 요즘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퇴직자, 심지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목수 일을 배우는 수강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쉼터 분들께 밥 한 끼 대접하려는 마음을 보면 그것이 바로 잘 사는 것,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수였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신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20대 내내 금속노조에서 청춘을 불살랐다. IMF외환위기 이후 건설노조위원장으로도 맹렬한 활동을 펼쳤고 두 번이나 구속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7년간 건설현장에 있으면서 생겨난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2013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 대표는 “자본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쟁적인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자신을 확인하게 되는 치유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동조합 창립 1년 만에 출자금을 다 날렸다. 누군가는 그의 아내 서춘희씨에게 “대표님 일 그만 벌이게 좀 말리세요”라고 주문했지만 아내는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조 대표는 “옆에서 고생하는 사람들께는 미안하지만 자기 삶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끼리만 잘살면 그건 잘사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함께 버텨냈다고 들려줬다.

덕분에 다울협동조합은 2016년 대구시 마을기업, 2017년 대구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는 여성 빈곤 문제를 비롯해 노숙자·쪽방촌·학교밖 청소년·미혼모 등 더 많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큰 비전도 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장애인 딸 2명과 함께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예로 들며 “여성 빈곤 문제를 치유하고 극복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한 대가가 기본급으로 보장되는 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 지금 건물 3층에 그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과 목공카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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