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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현장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자”…청년들 ‘리빙랩’에 빠져들다

2018-03-03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안정적 기업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 ‘리빙랩(Living Lab)’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리빙랩은 사용자(고객·시민) 참여형 경제 혁신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밀착형 상품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생산한 제품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부단히 테스트를 하는 곳은 일반 기업처럼 번듯한 사무공간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늘상 접하는 장소면 족하다.

이 때문에 리빙랩은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로 불린다. 생활현장이 사업화 가능한 아이디어가 생성되는 진원지가 되는 셈이다. 리빙랩이 발전된 것이 ‘소셜벤처(Social Venture)’다. 소셜벤처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최근 불고 있는 리빙랩 붐은 소셜벤처로 가는 과도기적 성격이 짙다.

현 정부 들어 부쩍 강조되는 사회적 기업과는 또다른 차이가 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와 각종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리빙랩에 기반한 소셜벤처는 지역사회문제에서 사업 모티브를 찾지만 이윤추구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생활현장 속에서 상품을 창출하는 리빙랩이 사회에 안착하게 되면 그만큼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미국에서 개념이 처음 정립됐고, 이후 유럽에서 발전한 리빙랩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국내 연구기관·대학들도 리빙랩 활용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주도하는 리빙랩들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스타트업(창업초기) 기업들은 귀가 더 솔깃하다. 리빙랩은 우리 사회의 ‘환부’를 신속히 도려낼 수 있는 방안을 진단, 문제해결 솔루션을 찾는다. 상품개발로 이어지면 지속적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주체로도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생활 속 아이디어 창출

리빙랩은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만든 개념이다. 미첼 교수는 생활공간인 특정 아파트를 선정한 후 IT 기기와 각종 센서를 설치해놓고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했다. 일종의 플레이스 랩(place lab)을 구현한 것이다. 이후 핀란드·스웨덴 등 유럽으로 전파된 리빙랩은 단순 관찰개념에서 탈피, 시민 참여형 사업화 모델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대표적인 게 덴마크의 한 고등학교에서 개발된 조이스틱(조종 컨트롤러) 전동휠체어다. 장애인이 발가락으로 조이스틱을 작동해 전동 휠체어를 움직인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공학자들이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던 ‘에그몬트 리빙랩(Egmont living lab)’이 이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다.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처럼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일본 소니사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왜 장애학생들은 이용하기가 힘들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조이스틱을 장착한 플레이스테이션 휠체어 아이디어를 냈던 게 조이스틱 전동휠체어 개발로 이어졌다.


새 비즈니스 모델 ‘리빙랩’
고객·시민 참여형 경제혁신 공간 의미
사회문제 해결 상품 개발에 머리 맞대
창의성 기반 ‘소셜벤처’ 진원지 역할도

국내외 리빙랩 활용 사례
벨기에, 치매노인 식사 대용식품 개발
대만은 노인간병센터 편익제품 선보여
서울 북촌마을 ‘스마트쓰레기통’ 적용

대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
市 ‘청년소셜리빙랩’으로 방향타 잡아
복지·의료·에너지 등 분야 수요도 많아
수익모델 개발땐 지역청년 일자리창출


이 프로젝트는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진행됐다. 휠체어를 직접 사용하는 학생들과 함께 휠체어

제조공장을 직접 견학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회사가 이 의견을 수렴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시제품 테

스트를 직접 담당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성지은 박사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혁신모델로서의 리빙랩’ 자료에는 더 다양한 해외사

례가 소개돼 있다. 벨기에의 ‘LiCa Lab’의 경우, 치매노인 등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이들의 아침식사 대용식품인 ‘탑쉐이

크’를 개발했다. 12개 요양시설에서 치매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쉐이크의 질감·묽기 정도 등의 개선을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탑쉐이크 섭취 후 어르신들의 영양섭취가 10% 증가했다.

벨기에의 또다른 리빙랩 ‘WeLL’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젊은 엄마들을 위해 보건전문가, 남편 등과 함께 정보 제공용 웹사이트 ‘Happy Mum’을 제작했다. 산모가 집안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경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모바일 기프티콘(선물권)을 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대만의 ‘Suan- Lian’ 리빙랩은 교회가 설립한 노인간병센터를 기반으로 고령자들의 편익을 돕는 실용적 제품을 다수 선보였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을 대신 인식하거나 노인의 기억력 회복을 돕는 게임이 그것이다. 소리전문가와 심리학자가 제품개발 과정에 동행했다.

◆국내 리빙랩 활용 사례 속속 등장

국내에서도 아직 세련된 맛은 없지만 리빙랩을 활용한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북촌한옥마을에는 매년 수많은 관람객들이 운집한다. 하지만 정작 북촌마을 주민들은 괴로움을 호소했다. 관광버스 주차문제, 소음, 사생활 침해, 관람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가 주민들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촌리빙랩’이 만들어졌다. 주민과 관광객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이 리빙랩의 주된 과제였다. 주민들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해법을 찾고 있다. ‘스마트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 인근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거주자가 주차하지 않은 시간을 앱에 등록하고 관광객은 이 앱을 통해 주차가능한 공간을 찾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해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대전시 유성구 갑천에는 웹페이지와 연동된 IP카메라를 설치됐다. 실시간으로 하천의 상태를 촬영이 가능해졌다. 주민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하천의 상태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자연재난과 관련된 리빙랩으로, 국내에선 ‘건너유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대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청년소셜리빙랩쪽으로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 청년들이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만큼 사회참여 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괜찮으면 소셜벤처 창업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민간네트워크를 토대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시범운영 중인 청년소셜리빙랩은 △지방·수도권 간 유명 강의 개설 격차 해소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활용(476프로젝트) △혼밥 청년 식습관 개선(지구마켓 #) △길고양이·사람의 공존 생활환경 조성(크냥이 발크냥) △대학가 자취촌 쓰레기 무단투기 해법(유니에즈) △미혼모 심리·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플로스베베) 등이다.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11월 말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 등은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와 ‘리빙랩’ 활성화를 위해 상호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의 미래산업 육성·스마트 시티(수성의료지구) 조성·사회혁신·도시공간 재창조·인재양성 분야와 관련해 리빙랩을 활용한 공동연구를 같이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006년 19개 리빙랩이 연합해 결성한 유럽리빙랩네트워크는 현재 766개(54개국)로 늘어났다. 대구가 굵직한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리빙랩네트워크와 손잡은 것이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경제학 박사)은 “리빙랩 자체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면 소셜벤처 등 청년창업 및 일자리 창출과 연계될 수 있다”면서 “리빙랩에 관한 수요가 많은 분야는 복지·안전방재·에너지·의료·교육·식품·도시 재생 등을 들 수 있다. 지역 청년들도 이 분야에 대체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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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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