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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칼럼] 꼭두각시 인형극 된 6·13 TK 선거

2018-03-16
[조정래 칼럼] 꼭두각시 인형극 된 6·13 TK 선거

지방선거와 지방이 따로 논다. 6·13 지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지방의 공기는 때이른 봄 이상고온처럼 무미건조하다. 몸이 단 예비후보들은 출판기념회나 사무실 개소식 등으로 관심과 발걸음을 끌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지방 의 유권자들은 오불관언의 모습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지방민의 무관심.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과거부터 쭉 그래왔다고 지금 이대로 덮어 둘 일이 결코 아니다. 이유는 바로 지방선거에 지방과 지방민이 배제되는 정당의 정치놀음 탓이다. 지방선거에 지방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우리의 후진적 정당정치 구조가 지방과 지방민의 소외를 초래하고 있다. 지방정치인을 뽑는 선거판에서조차 중앙당이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거기에 줄을 대는 토호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해바라기들의 리그 구도다.

대구경북 지역 6·13은 자유한국당 일당의 집안잔치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국당 내 경선이 본선이랄 정도로 빡세고 본선은 김빠진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TK의 지방선거가 이처럼 해보나마나 한 재미없는 선거로 굳어지게 되나. 철통보수의 경북지역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구지역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세우면 해볼 만한 선거로 여론조사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굳이 김 장관의 출마를 강권하지 않은 것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압승을 예상하는 마당에 굳이 대구·경북에서 전력투구를 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인 것 같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은 민주당의 동진(東進) 속도를 늦추는 변속기 역할을 했다. 내부의 장기집권 전략에 의하면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20년 총선과 그 이후 대선까지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집권 초반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이 승리해온 경험칙에 준해 적절한 승리만 원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TK로 웅크린 한국당, 자멸해가는 보수의 몰락을 재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보수궤멸을 통한 보수재편을 막는 한편 TK를 기반으로 한 한국당을 손쉬운 파트너로 동행하는 일석이조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속셈이다.

TK를 무시하는 민주당의 전략이 그야말로 정치공학적 분석에 불과하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러한 해석이 사실로 귀결된다면 TK 유권자들은 여야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쳐놓은 덫에 걸려 또다시 실상과는 엄청나게 다른 보수 꼴통으로 낙인찍힐 운명에 처했다. 미리 가늠해 보는 지방선거 이후 TK는 여야 적대적 공생구도, 왜곡된 정당정치의 희생양으로 오랫동안 신음할 게 틀림없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TK는 보수통합이나 합종연횡을 통한 거대 보수의 출현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TK는 더 이상 정치권이 조성하고 악용한 지역구도와 지역주의의 악몽에 시달리지 않을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전국 일당 독점, 보수의 아성, 전국 최하위 투표율 등 아름답지 못한 닉네임은 순전히 정치권이 TK에 안긴 주홍글씨에 불과하다. 중앙 정치권이 펼쳐 보이는 그 나물에 그 밥, 식상한 후보에게 차선도 아닌 차악이라도 선택하라는 강요와 강권은 이제 그만둬라. 지금까지 많이 속수무책으로 그렇게 당해왔고, 해도 해도 너무하니 이제 판을 바꿀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이른바 유권자 역성혁명이라면 어떨까. 민주·한국 거대 양당 간 대리전의 희생양인 TK 6·13 지방선거는 빅 브라더들의 손에 조종당하는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이다.

이제 지방은 지방선거를 지방의 축제로 찾아와야 한다. 우리 손으로 지역정당을 만들고 유권자단체들은 집단으로 낙천·낙선운동은 물론 당선운동까지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법적으로 막고 있는 현행 정당법과 선거법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독일은 ‘정당만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다’는 지방선거법 조항의 무효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우리가 원고로 나서 현행 선거법이 기본권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기득권 정당들만의 리그를 지방민들의 경연장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가는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단합된 힘, 바로 행동하는 ‘너와 나’ 아닌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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