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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춘풍추상

2018-04-16

‘춘풍추상(春風秋霜)’은 회사나 공공기관 사무실, 음식점 벽에 걸려있는 액자에서 볼 수 있는 한자어다.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에서 따왔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삶의 자세와 원칙을 강조하는 좌우명으로 쓰인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종사자 등 공직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2월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춘풍추상 글귀가 담긴 액자 하나씩을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이 액자를 선물한 이유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통치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액자를 선물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하는 공직자의 참다운 자세를 견지하자는 문 대통령의 취지와 뜻은 백 번 옳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처신은 문 대통령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춘풍추상은 현 상황에 가장 걸맞게 인용되는 용어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 후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과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를 갔다는 논란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는 게 야권의 지적이다. 야권의 맹비난에 직면한 청와대는 급기야 지난 12일 후원금 사용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질의서는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직원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의 적법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후원금 사용의 적법성 여부만 소관 사항일 뿐 나머지 3개는 소관이 아니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19·20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간 외유 건수 167차례(더불어민주당 65차례, 자유한국당 94차례)를 공개했다. 오랜 관행이었고 시비를 거는 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항변이다. 이에 야당은 물타기로 본질을 흐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춘풍이 불고 있지만, 서리도 내리고 있는 봄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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