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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사건 속으로!] 포항‘농약 고등어추어탕’

2018-04-25

“부녀회장 선거 때 안불러서…” 소소한 갈등이 살인 충동으로

[포항]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고등어추어탕 농약 주입 사건(영남일보 2018년 4월23일자 8면·24일자 12면 보도)은 세간에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평범한 60대 부녀자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런 극단적 범행 방법을 택했는지….

사건이 발생한 마을은 국내 최대 문어 생산지로 비교적 부유한 어촌이다. 주민이 먹을 음식물에 농약을 넣은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된 A씨는 최근까지 이 마을 부녀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A씨는 얼마 전부터 마음에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민 안전조업과 만선,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 행사에서 회원들로부터 진행 상황 등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또 지난 10일 치러진 마을부녀회 회장 선거도 전(前) 회장인 A씨가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소소한 갈등의 씨앗이 분노로 번졌다. A씨는 회원들에게 앙갚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결국 수산물 축제를 준비 중이던 회원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탔다.


“풍어제 진행상황 알려주지 않고
부녀회장 수고인사 못들어”주장



축제 개막(21일 오후)을 앞둔 20일 저녁, 마을 부녀회원들은 마을 공동취사장에 회원과 주민이 먹을 고등어추어탕을 끓여 뒀다. A씨는 이튿날 오전 4시쯤 이미 끓여둔 추어탕에 농약(엘산)을 부었다. 집에 있던 농약을 드링크병에 옮겨 담아 온 것이다. A씨 집과 공동취사장은 불과 2분여 거리다. 그는 범행을 저지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날 오전 5시쯤 주민 B씨가 축제 준비를 위해 공동취사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취사장에 들어서자 악취가 진동했다. 냄새는 전날 끓여 둔 추어탕 솥에서 났다. B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손가락으로 국물을 찍어 맛을 봤다. 금세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고 혀 감각도 사라졌다. 구토와 어지럼증 끝에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의 발빠른 수사가 빛을 발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인근 CCTV부터 살펴봤다. 그러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았다. 이윽고 한 차량이 공동취사장 인근을 지나치는 것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어렵사리 대구에 있던 차량을 찾아냈다.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엔 한 사람이 공동취사장 인근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울러 경찰은 증거물이 될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취사장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마침내 사고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농약 냄새가 풍겼다. A씨가 범행에 쓴 드링크병이었다. 탐문 수사를 통해 A씨를 용의자로 좁히고 그의 집에서 농약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음식물에 넣은 농약과 성분이 같았다. 이 같은 증거에 결국 A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A씨는 경찰 진술에서 “회장 선거에 부르지 않았다. 고생했다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 주민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이번 범행의 발단이 된 것 같다. A씨는 지금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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