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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의 사필귀정] 응답하라 국민?

2018-04-25
[박순진의 사필귀정] 응답하라 국민?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 오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며칠 전에는 회의 중에 같은 번호로 거듭 전화가 오기에 중요한 일인가 생각해 눈치껏 회의장 밖에 나와 전화를 받으니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론조사 중이라는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긴 문자도 종종 받는다. 확인해보면 무슨 정당 아무개 예비후보가 보낸 홍보문자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깨알 글씨가 한가득도 모자라 한참을 스크롤해야 하는 긴 문자지만 후보의 이력과 공약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다. 예비후보로서는 얼마나 절박한 문자일까 싶지만 대부분은 받자마자 지우게 된다.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선거와 관련해 전화와 문자를 받는 것은 성가신 일이다. 예비후보의 홍보문자라면 안 봐도 그만이니 그나마 부담이 적다.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예비후보의 선호를 조사하는 전화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6월13일에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동시에 뽑다보니 예비후보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다. 정당이 내세울 후보를 정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당의 일인데 국민 참여를 명분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니 유권자가 전화 받을 일이 많아졌다. 지역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지하는 정당이 있어 잘 아는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라면 다행이다. 내가 지지하고 싶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정당의 잘 모르는 예비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질문은 못내 찜찜하다.

예비후보의 홍보문자와 선거여론조사 전화는 유선 전화와 무선 전화를 가리지 않는다. 집 전화로도 오고 사무실 전화로도 온다. 받고 보면 우리 선거구의 예비후보와 정당에서 보낸 것인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전화번호부가 있던 시대였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지금은 전화번호가 개인정보로 보호받아야 마땅한 시대이지 않은가. 요즘은 일반 회사나 상업적 홍보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서 보낸다.

불특정 유권자를 대상으로 긴 문자를 보내고 전화로 여론조사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전화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높지 않으니 유권자를 대표하는 표본을 조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필자가 받은 문자나 전화의 횟수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 비용을 결국 누가 부담하는지도 은근히 걱정이다.

선거가 다가오자 홍보 문자와 전화를 받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유권자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거철에만 국민을 찾는 정치인의 속내가 얄밉고 너무 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홍보 문자가 오고 내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은 마뜩치 않다. 앞으로 4년간 우리 지방의 자치와 교육을 담당할 대표를 뽑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 하더라도 예고 없이 불쑥불쑥 문자를 보내고 시도 때도 없이 응답을 요구하는 일은 한번쯤 깊이 돌이켜 생각할 일이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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