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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두산 호랑이여 오라

2018-04-26
[기고] 백두산 호랑이여 오라
구진영 문화재 제자리찾기 연구원

봉화군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이 다음달 3일 문을 연다. 수목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 호랑이를 보존하기 위해 호랑이 숲을 조성해 놓았으며 현재 백두산 호랑이 3마리가 적응기를 거쳐 살고 있다. 수목원 측은 앞으로 호랑이 7마리를 더 데려올 계획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 들여놓을 백두산 호랑이 도입사업을 북측과 함께 논의해온 바 있다. 이들은 2014년 10월 북측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논의했다. 당시 암수 한쌍의 호랑이 수송경로를 두고 육로와 해로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합의 직전 무산된 바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백두산 호랑이 도입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백두산호랑이 도입’에 관한 의제를 채택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산림청 역시 백두산 호랑이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의제가 많으므로 남북관계가 보다 진전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 있는 호랑이는 2005년 중국 후진타오로부터 기증받은 13살의 노호로 사람 나이로 70대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호랑이 역시 7살이며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또한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중국이 아닌 북측에서 추가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의 입장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한때 한반도 전역을 누볐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남한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일본에서는 백두산 호랑이 사냥을 두고 조선을 점령했다는 상징으로 보고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가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내용은 현재 일본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조선 호랑이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필자는 2016년 2월, 일본 교토에 있는 도시샤 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조선 호랑이 박제를 확인한 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같은 한국 기관에 호랑이 박제를 기증해주기를 요청한다며 문화재제자리찾기에서 준비한 요청서를 전달하고 왔다. 요청서를 받은 소노다 선생은 일행이 학교를 떠나자마자 도시샤 학교법인 이사장실로 전달했다 하였으나 아직 답변을 받진 못했다.

도시샤 중학교에서 관리 중인 조선 호랑이 박제는 일명 ‘야마모토 정호군’이 잡아온 호랑이다.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는 1917년 11월부터 12월까지 약 한 달 동안 조선 호랑이를 사냥했다. 이들은 총 8개의 사냥팀을 조직하여 함경남·북도와 강원도 금강산, 전라남도 등에서 사냥을 벌였다.

1936년 경성사범학교의 우에다 쓰네카즈 생물 교사는 “옛날 조선에는 호랑이가 매우 많았고 어딜 가나 사람과 가축에 피해를 주는 동물로 호랑이를 죽여서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지방 관사의 중요한 행정업무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적어 북쪽 오지가 아닌 한 어느 산야를 돌아다녀도 호랑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백두산 호랑이가 도입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게 된다면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통일교육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상징물이 될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당시 상처받은 민족의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백두산 호랑이가 북측의 우호적 선물로 도입되길 바란다. 민족화해의 상징물이 경북 봉화에서 빛날 그날을 기대한다.
구진영 문화재 제자리찾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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