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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 식탁에 오른 북한 옥류관 평양냉면. 연합뉴스 |
오래 전인 2000년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에 역사적인 첫발을 디디며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했다. 공항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중 나왔다. 함께 차를 타고 첫 회담장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두 정상은 정오 전후로 약 30분간 첫 정상회담을 했다. 대화는 식사로 시작됐다. TV를 통해 김 대통령이 출발 전 계란 반숙 절반만 먹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구경 오시는데 아침식사를 적게 하셨나요”라며 말을 꺼냈다. 김 대통령은 “평양에 오면 식사를 잘 할 줄 알고 그랬습니다”라고 웃으며 응수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자랑을 앞세우지 않고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며 운을 띄웠다.
이날 환영만찬에서 북측은 15가지 음식을 대접했다. 이 중 메추리 완자탕인 ‘륙륙날개탕’은 김 위원장이 직접 이름 붙였다. 당초 6월12일에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6+6=12’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정상회담 만찬에 오르는 음식은 맛보다는 상징성이 우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2차 남북정상회담때도 그랬다. 1차때처럼 첫날은 북측이 환영 만찬을 주최하고 둘째날은 우리측이 답례의 만찬을 열었다. 우리측은 각 지방의 토속 식재료로 만든 ‘팔도 대장금 요리’를 상에 올려 남북 화합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선 고민에 빠졌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산 민어해삼 편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 쌀로 지은 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당시 몰고 간 소떼를 키운 충남 서산 목장의 한우 숯불구이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쓴 분들의 고향과 일터서 먹을거리를 가져왔다는 의미로 그나마 쉽게 메뉴로 선정할 수 있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적 음식 ‘달고기 구이’(흰살 생선구이)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유년시절 있었던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해석한 감자전도 준비해 두 정상의 사연을 담을 수 있었다. 문제는 평양냉면이었다.
김구 선생이 1948년 38선을 넘어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장과 담판을 지으러 갔을 때 숙소를 몰래 빠져나와 냉면을 먹었다는 기록에서 만찬 메뉴로 떠올렸지만, 만찬 주최측인 우리의 대표음식이 아니라 북한의 대표음식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곤란했다. 이러던 중 문 대통령이 “북측의 냉면을 가져오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고, 북한이 이를 흔쾌히 수락해 옥류관 평양냉면을 공수해왔다. 2박3일 일정인 1, 2차때와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단 하루만 열려 북한이 답례형식의 만찬을 따로 준비할 수 없는 아쉬움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직접 평양냉면을 가져와 만찬 테이블에 올려, 서로 대접하고 대접받는 모양새도 한꺼번에 해결했다. 평양냉면의 숨은 묘수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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