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7일부터 유류 최고가격 인하
출퇴근·물류·농가 부담 완화 기대
현장 가격표 바뀌어야 체감 효과
정부가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인하하기로 한 가운데, 한 시민이 대구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영남일보 DB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씩 낮추기로 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운전자와 화물업계, 농가의 유류비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대구 도심 출퇴근 차량부터 경북 산업단지 화물차, 농촌 지역 농기계와 난방 수요까지 기름값 변동에 민감한 생활 현장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조치가 지역 체감 물가를 낮추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석유 최고가격을 6차보다 리터당 150원 인하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고가격은 휘발유 1천784원, 경유 1천773원, 등유 1천380원으로 조정된다. 최근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 흐름을 국내 가격에 반영한 조치다.
대구경북은 이번 가격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기준 대구의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보통휘발유 1천986.42원, 자동차용 경유 1천976.88원, 실내등유 1천642.77원이다. 경북은 보통휘발유 2천1.31원, 자동차용 경유 1천994.75원, 실내등유 1천625.46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제시한 인하 후 최고가격과 비교하면, 지역 주유소 가격표가 얼마나 빠르게 바뀌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폭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량 보유 규모도 작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대구의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126만1천127대, 경북은 156만3천367대다. 대구경북을 합치면 282만 대가 넘는다. 특히 경북은 인구 대비 자동차 등록 비율이 0.62대로 전국 평균 0.52대를 웃돈다. 인구 1.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으로, 농어촌과 산업단지, 중소도시를 잇는 이동·물류 구조에서 차량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대구에서는 출퇴근과 영업 활동의 부담 완화가 관심사다. 달서구·수성구·북구 등 주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도심 이동 차량이 많고, 성서산업단지와 달성산업단지, 서대구 물류권역을 오가는 영업용 차량도 꾸준하다. 리터당 150원이 낮아질 경우 50L를 주유하는 승용차 운전자는 한 차례 주유 때 7천5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매일 차량을 이용하는 시민과 자영업자에게는 월간 교통비와 영업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북은 경유와 등유 가격 변화의 파급력이 더 크다. 포항 철강산업단지, 구미 국가산업단지, 경산·영천의 제조업 현장에서는 원자재와 제품 운송에 화물차 이용이 필수적이다. 경유 가격 하락은 물류비와 운송비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의성·상주·청송·영양 등 농촌 지역에서는 트랙터와 경운기, 시설하우스 난방 등에 유류비가 들어간다. 농번기와 맞물린 시기에는 경유와 등유 가격 변화가 농가 경영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관건은 발표된 가격 인하가 현장에서 지체 없이 반영되느냐다. 최고가격이 낮아져도 기존 재고를 이유로 일부 주유소가 판매가격 조정을 늦추면 소비자 체감 효과는 줄어든다. 대구 도심과 외곽, 경북 시·군 지역,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 사이에는 가격 차이도 발생할 수 있다. 유동 차량이 많은 도심권과 농촌 생활권 주유소의 가격 반영 시점이 서로 다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재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미루는 주유소가 없도록 고유가 판매 주유소를 중심으로 점검 횟수를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릴 방침이다.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도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 주유소의 가격 반영 여부 역시 점검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생성형 AI 챗지피티>
이번 조치는 국제 정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미국·이란 종전 MOU 합의 이후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고,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사례가 늘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긴장감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하락분을 국내 소비자 가격에 신속히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번 최고가격 조정의 취지다.
다만 이번 인하가 지역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가격 하락분이 소비 단계까지 온전히 전달돼야 한다. 기름값은 운전자 개인의 지출에 머물지 않는다. 택배비, 배달비, 농산물 생산비, 공산품 운송비와 연결된다. 제조업과 농업, 도심 생활권이 함께 얽혀 있는 대구경북에서는 유류비 변동이 여러 경로를 거쳐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효과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번 7차 최고가격은 4주간 적용되는 한시적 조치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거나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가격 흐름은 재차 바뀔 수 있다. 결국 이번 인하는 지역 경제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책이라기보다, 국제유가 하락분을 서둘러 반영해 민생 부담을 덜어주는 성격이 강하다.
대구경북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려면 주유소별 가격 반영 속도와 판매가격 공개, 고유가 업소 점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고속도로 주변이나 군 지역처럼 선택 가능한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서는 가격 정보 접근성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할 수 있어야 인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이번 가격 조정은 대구경북 민생 현장에 작은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 출퇴근길 시민에게는 교통비 절감으로, 화물차 기사에게는 운행 비용 감소로, 농가에는 경영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효과의 크기는 발표문이 아니라 지역 주유소 가격표와 현장의 반응 속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구 달성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정부가 최고가격을 낮췄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기존 재고 소진 시점과 매입 단가에 따라 가격 반영 속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바로 느끼려면 주유소별 가격 조정 시차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업계도 가능한 한 시장 흐름에 맞춰 신속히 반영하려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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