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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한국무용가 김우석

2018-05-18

“남보다 늦게 시작한 무용…제자들 순수한 열정이 삶의 에너지”

20180518
김우석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왼쪽)가 채리무용학원에서 그의 제자들과 무용포즈를 취했다.

한국무용가 김우석씨가 몸담고 있는 곳은 많다. 구미시립무용단(안무자)을 비롯해 국립경상대(외래강사), 김천예술고(무용과장) 등. 그렇다보니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구미에 살고 있지만 경상대와 김천예술고 강의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은 진주와 김천을 오고가야 한다.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가 빠지지 않고 또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그의 누나 김지은씨(한국무용가)가 운영하고 있는 채리무용학원(구미 진평동)이다. 일주일에 3번씩 저녁시간에 누나의 학원을 찾아 고등학생들을 가르친다.

“취미로 배우는 학생들은 누나가 가르치고 저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할 학생들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낮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그 친구들을 가르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껴집니다. 누나는 피곤할 텐테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그 수업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무용전공
기본기 없어 대학 1∼2학년때 고생
신체 조건 따라줘 기량 급속히 향상
콩쿠르에 도전 욕심…미친듯이 연습
전국 신인·경북무용제 등 상복 터져

구미시립무용단·대학강사 활동
바쁜 일상속 누나 학원 고교생 지도
가르쳐 준 것보다 잘할 경우 행복감
아이들 새로운 몸짓, 되레 배움 얻어


20180518

그 수업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안무자는 뒤늦게 무용을 시작했다. 고3 때까지만 해도 무용을 전공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수능에서 예상외로 점수가 안 나오자 여러 원서 중 하나에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를 적었다.

“다른 대학의 경제학과, 행정학과 등에도 붙기는 했는데 아버지가 제 진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더군요. 가족들이 무용을 하는데 너도 무용을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지요. 어릴때부터 춤을 잘 췄으니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란 권유였습니다.”

아버지의 조언대로 무용을 택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춤에 깊이 빠져들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후회도 했습니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수능성적으로 대학에 들어왔으니 1~2학년 때는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국민체조를 하는 수준이랄까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미친듯이 연습했습니다.”

무용수로서 신체조건이 맞아 그의 기량은 급속히 좋아졌다. “2001년 계명대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니 이젠 무용이 좀 틀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유경 교수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8개월쯤 뒤 콩쿠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콩쿠르(부산KBS콩쿠르)에 도전했는데 금상을 받았습니다.” 이후로 상복이 터졌다. 2003년 전국신인무용콩쿠르 차석상, 2006년 경북무용제 최우수연기상, 2007년 경북무용제 우수상 등을 받았다. 구미시립무용단원을 시작으로 경기도립무용단원으로도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하지만 늘 무용을 좀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무용을 하려는 후배들이 자신의 길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에게 춤을 배우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진해졌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제가 원하는 대로 몸동작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스트레스는 금세 날아가 버리지요. 애들은 스펀지 같습니다. 제가 주는 대로 모든 것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제가 더욱 잘 가르쳐야겠다는 다짐도 수시로 하게 만들지요.”

김 안무자는 제자 중 특히 기억에 남는 2명을 소개했다. 한양대에 입학한 박정은이라는 제자는 서울 5개 대학에 원서를 냈는데 모두 합격했다. “중2때부터 저에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누나가 가르쳐보니 재능이 있다며 저에게 한번 키워보라고 맡겼지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동작을 가르쳐주면 어떤 경우는 제가 추는 것보다 더 잘 추기도 합니다. 이럴때 느끼는 잔잔한 감동이 곧 행복이지요. 그리고 그 아이가 원서를 낸 모든 대학에 합격했을 때 마치 제가 대학에 들어간 듯 기뻤습니다.”

그는 허정훈이라는 제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고2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었는데 재능보다는 독한 연습으로 탄탄한 기량을 닦은 학생이라고 했다. “이 아이에게서 저는 살짝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경기도립무용단에 있으면서 다리쪽에 7번이나 수술을 했습니다. 대부분 전신마취, 하반신마취 등을 하는 힘든 수술이었습니다. 이것이 결국 무용수에서 안무자로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요. 그 아이가 무용을 뒤늦게 시작한 것이나 다리를 다쳐 축구에서 무용으로 방향을 바꾼 것을 보면서 더 애틋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 나름대로의 사랑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잘하는 애들은 잘 하는 대로 귀엽고, 재능이 좀 떨어지는 아이들은 성실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기쁨이 된다.

그는 가르침을 통해 자신이 배우는 것도 많다고 했다. 현재 경상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강한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무용에 대한 상식, 기술 등이 더 또렷해지고 여기서 새로운 것들도 터득해 나간다고 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나서면 그 중 한명은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서 나태해지려는 나 자신의 열정을 다잡아나가고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몸짓에서 때로는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에게 채리무용학원은 가르침과 배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에게서 때때로 무언가를 배움으로써 삶의 또다른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는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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