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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커피 한잔 마시며 편하고 자연스럽게 ‘카페같은 상담실’

2018-05-19

토닥토닥협동조합
전국 첫 ‘협동조합’ 심리상담소
비용도 낮춰 부담없이 방문 유도
대구 반월당·영대·만촌점 운영
전문상담사가 개인별 맞춤치료
매달 찾는 내담자 700명에 달해
청소년 대상 진로·취업 멘토링도

커피 한잔 마시며 편하고 자연스럽게 ‘카페같은 상담실’
토닥토닥협동조합 상담사가 인형극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제공>

“왜 혼혈이나 뚱뚱한 친구들은 나오지 않는 걸까?”

심리상담소 토닥토닥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영희 대표는 중학생 때 TV 프로그램 ‘뽀뽀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PD가 돼서 그들을 출연시키고,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대학생 때 한 일간지 인턴기자로 일하면서 자신의 마음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복수전공인 심리학 실습을 위해 찾은 정신과 병동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무슨 일이든 개인 한명, 한명의 생각을 바꿔나간다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일도 가능하겠구나.’

◆예방적 차원 상담 첫 도입

정신과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마음의 병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이 겪은 사건은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상담을 외면하다 망상, 실어증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상담을 외면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심리상담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전문 상담을 받을 정도로 자신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상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봐 걱정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심리상담에 대한 문턱과 비용을 낮추고, 그것을 실현할 공간이 필요했다. 카페와 상담실을 구분짓지 않은 공간이라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1년 8월, 반월당 지하 상가 내에 카페 형태의 작은 상담실을 마련했다. ‘토닥토닥협동조합’의 첫 시작이었다. 지금은 영대점, 만촌점 등 대구에 3곳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내담자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가장 큰 역할을 ‘카페’라는 공간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닥토닥 카페는 투명한 유리문으로만 상담실을 구분해, 밖에서 보면 카페인지 상담실인지 잘 모를 정도다. 이 대표는 “다른 센터들의 경우 큰마음을 먹고 겨우 방문하는 반면, 토닥토닥 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애기할 수 있는 분위기에 만족한다는 내담자들이 많다”며 “카페에서 실시하는 바리스타 교육도 자연스럽게 상담을 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운영하게 됐다. 바리스타 강사들도 모두 기본적인 상담 교육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심리상담소로는 전국 최초인 토닥토닥은 ‘예방적 차원’의 상담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나를 더 잘 돌보고 사랑하기 위한 것이다. 또 토닥토닥은 상담에 대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연고’ 캠페인이다. ‘마음에도 연고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지하철역에 붙여 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지금도 토닥토닥을 찾는 내담자의 35~40%는 특별한 계기 없이 예방적 차원에서 상담을 의뢰한 이들이다.

◆상담 프로그램·대외 심리교육 운영

토닥토닥의 상담 프로그램은 I-PROGRAM(개인), WITH-PROGRAM(가족, 부부, 자녀, 커플), DREAM-PROGRAM(학업, 취업, 진로, 창업), GROUP-PROGRAM(직장동료, 동호회, 소그룹)으로 나뉜다.

개인 프로그램(I-PROGRAM)은 상담사와 1대 1로 자기성장(대인관계, 자존감), 임상(우울, 강박, 불안, 중독 등의 심리적 곤란), 직장 및 학업 스트레스, 관계 고민 등을 다루는 상담이다. 자신을 전신거울에 비춰보듯 평소 외면해왔던 모습까지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격려, 지지의 과정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자신의 새로운 면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성장과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WITH 프로그램은 부부, 자녀, 연인, 친구들이 함께하는 상담으로 건강한 가족체계 세우기, 원활한 의사소통, 부모교육, 서로의 성격 이해하기 등의 내용이 진행된다. 문제가 있는 관계만이 아니라 더욱 성숙하고 발전된 관계를 위해 노력하려는 모든 이에게 적합한 상담이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역할극, 의사소통법 등 흥미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DREAM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진로·취업 컨설팅으로 청소년 및 아동, 대학생을 대상으로 적성 파악, 진로 설계부터 공모전, 자소서, 기업 분석 등 취업 대비 멘토링까지 펼친다. 2011년 고용노동부 멘토링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GROUP 프로그램은 소그룹이나 동호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면서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담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토닥토닥 카페 직원에게 직접 얘기하거나 전화(053-255-1402), 카카오톡(010-2251-1402),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역 학교와 협력해 대외 심리 교육도 운영 중이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꿈꾸는 카메라’다.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고 연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상영회를 여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성장해나간다. 이외에 포커스온(사진교육), 마음을 담는 쿠킹클래스, 비전이 있는 드립(커피교육), 나를 찾아서(미술교육), 심리학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커피 한잔 마시며 편하고 자연스럽게 ‘카페같은 상담실’
토닥토닥협동조합은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을 통해 심리상담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영대점 전경.

◆상담연구소로 발돋움

토닥토닥에는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춘 전문 상담사 4명과 방과후학교 상담사 3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3곳의 토닥토닥을 찾는 내담자만 매달 700명에 달한다. 때문에 상담사들도 ‘슈퍼바이저 상담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

최근 심리상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직도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했다. 그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중앙로 지하철 참사와 같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때마다 트라우마 관리 등 심리상담에 대한 이슈가 불거졌지만 반짝 관심에 불과했다”며 “특히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속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설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뿌듯한 순간도 많다. 장기 내담자들이 5~6년간의 상담 끝에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어떤 얘기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이유로 토닥토닥을 ‘친정집’이라고 부르는 내담자도 있다.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온 연인이 부부에서 부모로 변화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이 대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내담자의 특징과 상담 주제는 수도 없이 다양하다. 미술, 음악, 드라마, 놀이 등 100여가지의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수십가지의 심리검사, 상담사의 개인 역량을 활용해 각 내담자에 맞는 치료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토닥토닥은 올해 설립 7주년을 맞아, 오는 10~11월쯤 기존 반월당점을 인근의 반월당클래시아 상가로 옮긴다. 후배 상담사를 양성하는 등 상담연구소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건물 4층에 입점하기 때문에 카페 기능을 축소하고 상담실을 대폭 늘렸다”며 “이제는 카페를 넘어서서, 좀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심리상담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커피 한잔 마시며 편하고 자연스럽게 ‘카페같은 상담실’
이영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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