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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 범법자 만든다” “버스 7월까지 대책마련 불가능”

2018-05-24

■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축소
경북 어린이집 보조교사 없는 곳
1천100여곳…전체의 60% 해당
버스업계는 준공영제 도입 주장

지난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근로시간 기준에서 제한이 없었던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축소되면서 해당 사업장에서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 시행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 범법자로 만들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어린이집에 비상이 걸렸다.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오는 7월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8시간 근무시간 가운데 1시간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문제는 보육교사들이 1시간을 쉴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돼 그 시간 아이들을 돌볼 대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도어린이집총연합회에 따르면 경북도내 어린이집 2천63곳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보조교사가 없는 곳은 1천100곳으로 60%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4만여 어린이집 가운데 보조교사가 배치된 곳은 1만9천여 곳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100억원의 예산을 반영했지만 6천여 명밖에 추가 채용할 수 없어 여전히 1만5천여 곳은 보조교사가 없는 어린이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보조교사를 자체 채용하는 것도 어린이집 재정상 쉽지 않다. 경북도어린이집총연합회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료는 표준보육단가의 7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째 동결된 상태다. A어린이집 관계자는 “보육료가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도 어린이집 운영이 쉽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조교사를 몇명씩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어린이집 관계자는 “인력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고 7월부터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면 결국 어린이집 운영자인 원장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고, 보육교사들의 업무량 과중과 영유아 방치에 따른 질 낮은 보육서비스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두규 경북도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어린이집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려면 보육교직원 8시간 근무제를 보장하고 이후 시간에 근무할 보조교사를 채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보육료를 현실화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업체도 기사도 원하지 않는 개정

경북도내 23개 시·군과 대구시 등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경북 시외버스가 7월이면 멈춰 설 수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동안 특례업종이었던 시외버스도 제외되면서 법정 근로시간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버스업체에선 버스기사를 충원해야 한다. 주 52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운전기사는 1천500여 명(업계 추산)에 이른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경북지역에선 시외버스 7개 업체 1천128명이, 시내 농어촌버스 26개 업체 2천215명 등 총 3천343명이 일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하루 8시간 근무를 맞추려면 추가 인력이 필수다. 경북도와 업계에선 시외버스 520명·시내 농어촌버스 1천명 등 1천52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버스업계에는 7월까지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B버스업체 관계자는 “당장 7월에 운전기사를 수백명 더 투입해야 하지만, 남은 기간에 기사를 신규채용하기는 어렵다. 설사 채용하더라도 업체가 비용을 감당하게 되면 재정 악화를 가져올 게 불보듯 뻔하다. 업계에선 자연스럽게 적자노선 운행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버스업계는 대책의 하나로 ‘준공영제’를 요구하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적자노선을 운행하기 위해선 버스업계에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버스 준공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준공영제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경북도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구시는 연간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은 버스기사들에게도 임금 하락을 가져온다. 하루 평균 14.5시간이던 근로시간이 10시간가량으로 줄어들면 월평균 근로일수가 23일에서 20일로 감소하게 돼 임금을 이전보다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과 별도로 기존 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측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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