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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밥값 했는가

2018-05-29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틈타
홍문종·염동열 체포안 부결
수사단·검찰총장 갈등 빚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는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

[화요진단] 밥값 했는가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 간의 깜짝 회동으로 불씨를 살리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협상의 기술’이란 책을 낸 바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시시각각 내뱉는 말에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북핵폐기를 주내용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거대한 블랙홀이 되면서 국내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착찹하기만 하다. 우선 국회의 행태가 그렇다. 지난달 21일 여야가 국민이 관심을 갖는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경안 예산에 대해선 날선공방을 벌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다. 안타까운 것은 사학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홍문종 의원과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사실이다. 제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동업자정신을 발휘한 방탄국회의 구태가 재연됐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600년대 영국에서 의회에 대한 국왕의 탄압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즉 독재권력에 의해 짓밟힐 수 있는 국회의원직(職)에 대한 보호이지, 국회의원 개인의 비리에 대한 보호는 결코 아니다. 제정취지조차 모르는 국회야말로 바로 ‘적폐의 대상’이라는 지탄이 나올 법하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홍 의원과 염 의원이 무기명 비밀투표에 앞서 ‘억울하다’고 발언한 뒤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호소했다는 점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동료의원들에게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국민의 억장을 뒤집는 행동이다.

검찰도 국회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말 국민적인 비난과 문 대통령의 질타속에 떠밀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꾸려질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보고하지도 말고 보고 받지도 않겠다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을 보장한 바 있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회법사위원장 처리 문제를 두고 최근 수사단 소속 안미현 검사가 문 총장을 들이받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문 총장이 수사에 간섭을 했다는 것이며, 이에 문 총장은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되받아쳤다. 못볼 것을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회의장보다 높다고 할 만큼 위상은 대단하다. 문 총장이 권 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건지, 아니면 검경수사권 독립을 좌지우지하는 위세에 눌려 눈치를 보는 건지 국민은 알 바 없다. 그러나 검찰이 힘있는 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악습을 다시 보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검찰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오직 ‘법의 논리’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검찰 스스로 목청을 높이지만 실제로 법집행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권 위원장은 인천지검 특수부장 출신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를 대표하는 검사로 헌법재판소에 나가서 재판관들에게 탄핵의 정당성을 읍소한 바 있다. 채용비리에 대한 혐의가 없다면 검찰에 출석해서 소명하면 된다. 그런데도 국회에 몸을 맡긴 채 버티기로 일관하는 행태는 구차하기 이를 데 없으며, ‘법꾸라지’에 다름아니다. 정부여당도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검찰개혁에선 머뭇거리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의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면서 가졌던 국민적인 기대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북핵문제에 매몰돼서인지는 모르지만 시기를 놓치면 늦다. 과거 정권에서 쓰라린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쌀을 백미(白米)라고 쓰기도 하고, 백미(百米)라고도 부른다. 쌀 한 톨 수확하려면 일백 번에 한 번 모자라는 아흔아홉 번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의미다. 농부의 노고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핵문제에 온통 관심이 쏠린 틈을 타 생활물가가 다락같이 오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국회의원과 검찰을 먹여살리기 위해 허리띠 줄여가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낸다. 국회와 검찰이 양심이 있다면 납세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은 이쯤에서 멈추고 밥값이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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