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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의 뮤직톡톡] 조선 최초의 뮤지컬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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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최고의 공연 단체인 조선악극단.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김윤석, 방은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배우들이다. 갑자기 이들의 이름을 나열한 이유는 이들 모두가 같은 뮤지컬의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2008년 4천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던 배우들이다. 그리고 올해 10년 동안 운행정지에 들어간 ‘지하철’을 9월부터 다시 개통하게 된다. 이를 위한 11명 배우 선발오디션에 무려 900명이 넘는 배우가 몰렸다고 한다. 쟁쟁한 배우들을 배출한 뮤지컬이기도 하고 학전소극장 쥔장, 한국 포크록을 상징하는 김민기 대표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83대 1의 경쟁률이야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대구에서 열악하게 활동하고 있는 극단들로선 부러움과 박탈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뮤지컬은 언제 이 땅에서 시작되었을까?

1920년 이전까지는 장터에서든 대감집 앞마당이든 사람 많고 넓게 트인 곳이 있으면 주로 한 사람의 창자(唱者)가 이야기와 소리를 곁들인, 마치 모노드라마처럼 연출된 판소리가 펼쳐졌다. 일제강점기 서양 연극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신파극이 들어오게 되면서 조선에서도 최초로 3면에 벽이 설치된 무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3면에 벽과 조명이 설치되었다는 것은 상설극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 상설 무대에서 우리의 판소리를 여러 명의 배우가 출연해 각자의 배역과 노래를 맡으며 공연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창극’ 또는 ‘악극’이라고 불렀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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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악극은 연극 중간에 무대와 소품이 바뀔 때 시간벌기 또는 관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막간’을 이용한 노래로 시작됐다. 그 후 극 속에 음악이 들어가며 노래가 줄거리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악극단 출신 배우들을 보면 가수로는 남인수 고복수, 배우출신에는 황해, 희극인 출신으로는 윤부길 김희갑 구봉서 등이 있었다. 이들 모두가 악극을 기반으로 실력을 다진 라이브 배우들이다.

일제 말기, 전쟁 끝자락에 악극단은 황군위문단으로 동원됐다. 장병들을 위해 앵무새처럼 군가만 불러댔다. 쌀 증산을 통해 성전을 완수하자는 스토리의 악극(농부의 합창)만 하다가 갑자기 광복을 맞았다. 조선 최초의 악극단은 그 당시 다양한 예술 장르들의 집합소였다.

올해 봄 처음으로 내가 속한 예술단체인 ‘니나노프로젝트 협동조합’에서 뮤지컬 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를 맡게 되었다. 망치와 페인트질을 하며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위한 무대를 직접 제작한 경험이 있었다. 공연 당일 뒤편에 앉아 리허설을 보게 되었는데 북성로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YOU & IT’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공연 당일 관객수는 40명. 음으로 양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참여한 사람도 40여명은 될 것이다. 참담했다. 준비한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한두 번의 공연으로 끝내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내려와 축제를 빛낼 것이다. 화려한 뮤지컬 페스티벌도 있지만 40명의 관객과 40여명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21세기 대구 악극단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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