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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책 한 잔 하실래요?

2018-07-12
20180712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서울 마포구의 ‘사적인 서점’은 예약제로 상담을 하고 책을 처방해주는 서점이다. 출판사 편집자와 서점 직원으로 일했던 책방지기 정지혜씨는 사람들을 책과 좀 더 가까워지게 하고 싶어 서점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담소인지 서점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책으로 고민을 해결하거나 치유함으로써 책의 재미를 알 수 있다고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독서는 단순히 개인적 경험에 불과하지만 독서 모임은 사회적 경험이다. 나아가 독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면, 독서 모임에서는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을 확률이 더 크다. 결국 독서 모임은 책을 통해 타인과 교류함으로써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이 무관심한 세상의 풍경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 이가 바로 돈 내고 책을 읽는 ‘트레바리’ 독서 모임을 만든 윤수영 대표다. 트레바리는 책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커뮤니티다. 그들은 기획한 북콘서트와 위스키 시음회 등의 사회적 경험을 나누되 친목에만 머무르지 않을 안전장치로 독후감 쓰기를 마련했다.

다른 예로 광진구의 ‘책바람’은 아이들을 잘 교육시켜보고 싶은 바람들이 모여서 시작된 주부독서동아리다. 그 출발은 서로 교육정보를 나누면 좋겠다는 것이었지만, 교육의 주체인 부모들이 철학을 갖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함께 독서와 토론을 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거나 자문을 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에서 요구하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철학 강의도 하고, 1년 동안 쌓인 책을 기부하거나 판매해서 생긴 수익금을 좋은 일에 다시 쓰기도 했다. 발로 뛰고 함께하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책은 먼 곳에 있다. 어릴 적, 집에 있는 책은 읽지도 않으면서 틈만 나면 친구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빼곡히 꽂혀있던 책 때문이기도 했지만 함께 읽던 부모님 때문이었다. 여전히 부모나 선생님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책을 가까이하는 ‘책바람’ 같은 부모나 선생님을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은 읽지 않고 아이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손만 뻗으면 기회가 열린 세상이다. 각종 지자체에서 도서구입비, 저자초청, 문학기행 등의 방식으로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공간 나눔 사업지원까지 한다. 지루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시간, 방학을 앞둔 시점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해봄은 어떨까. “책 한 잔 하실래요?”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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