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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위로하는 마음

2018-07-17

지인들 경험서 나온 의료정보가 병세 악화 원인 될 수도

20180717

장인어른이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해보니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 10%만 뛰고 있는 상태고, 주변 가족을 부르는 게 좋겠다는 담당의사의 권유를 받게 됐다.

사실 올 초에 진맥을 했을 때 손으로 촉진될 정도로 심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했고, 며칠 후 다시 장인어른을 만났을 때 여쭤보니 검사받아 약을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길래 그대로 믿었는데, 알고 보니 검사도 치료도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든살 가까운 고령의 나이에도 괜찮다며 일을 계속 해온 것이 결국 부담으로 쌓였고, 심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능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많은 후회가 밀려오는데 가장 큰 것이 왜 말만 하고 모시고 검사받으러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어른들의 말 중 가장 못 믿을 말 중 하나가 아마 알아서 잘 챙기고 있다는 말씀이지 않을까.

다행히 장인어른은 중환자실에서 고비를 넘기고 입원실에서 좀 안정을 찾은 후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심장기능은 연세가 드신 상태에서는 회복될 수가 없기에 장인어른에게 음식도 조심해야 되고 자극이 되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의사는 환자가 회복되도록 도와줄 뿐
한의학에서는 의사를 ‘위로자’라 불러



그런데 이틀이 지난 후 장인어른의 상태를 보니 힘이 너무 빠져 제대로 걷지를 못했고, 어떻게 된 것인지 여쭤보니 퇴원한 다음날 그동안 씻지 못했다고 그 몸으로 목욕탕을 간 것이었다. 거기다가 입맛이 없고 답답하다고 밥은 먹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한통을 먹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장인어른을 붙들고 몸 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현재 증상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5분 이상 듣지를 안하고 역정을 내셨다. 집사람이 계속 붙어있었으나 잠시 자리를 비우면 조심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서 집으로 모시려고 하니 불편하다며 안오려고 한다. 이야기를 드려도 전혀 듣지를 않으니 아내는 어떻게 할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어르신들이 연세 들어 아프면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이 많은데, 아마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요양보호서비스인데 어른의 증상이 심각하다보니 신청하자마자 바로 요양보호사가 올 수 있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3시간씩 도와준다. 청소, 빨래, 요리도 해주고 같이 운동도 하고 병원에도 모시고 간다. 장인어른의 경우도 요양보호사가 온 이후엔 전보다는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좀 안정되나보다 생각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장인어른이 또 악화되는 것이었다. 친척이 병문안 오면서 본인이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이 약을 먹고 병원에서 시술을 한 후 말끔하게 나았다’며 복용하던 약을 주고 간 것이었다.

문제는 이 분이 앓았던 심장질환은 협심증이고 장인어른의 증상은 심부전이다. 잠시 설명하자면 협심증은 심장에 관계된 흐름이 막혀서 오는 증상이고 심부전은 심장이 뛰는 힘이 약해져 오는 증상으로, 협심증에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을 쓴다. 안 그래도 심장을 돌리는 힘이 약한데 협심증 약으로 혈관이 확장돼 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힘이 더 빠지게 되어 크게 악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가 더 악화되는 이유에는 주변 지인들의 자기의 경험에만 의존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한몫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병이 낫는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기에 환자를 위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세가 드신 후 회복되지 못할 질환을 앓게 되면 좀 덜하다가도 악화를 반복하여 응급실도 몇 번씩 가면서 괴로운데 어찌할 줄을 몰라 이렇게 실낱같은 줄이라도 뭔가 방법이 있을까 여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더 힘들어 한다. 가족 역시 이를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릴 수 없을까 안타까워하며 마음앓이를 한다. 옆에서 눈물짓고 있는 아내를 보며 생각해본다. 어떤 것이 장인어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만들 수 없기에 같은 사람인 의사 역시 온전하게 사람을 치유시킬 수 없다. 회복되는 힘은 그 사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의사는 단지 나을 수 있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의사를 ‘위로자(慰勞者)’라 한다. 여기서 의사가 가져야 할 위로의 마음을 ‘인애지심(仁愛之心)’이라 하며 ‘쾌(快)’ ‘속(速)’ ‘준(峻)’ ‘엄(嚴)’ ‘결(決)’ ‘단(斷)’의 뜻을 가진다고 한다.

왜 위로의 마음을 따뜻하고 사랑하는 느낌의 표현이 아니라 쾌하고 속하고 준하고 엄하고 결하며 단하다고 하는 것일까. ‘인애지심’은 하늘이 인간에게 가지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큰 사랑은 이 세상에 없으며, 그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항상 어긋남이 없고 중심을 잡은 채 흔들리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 하늘의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한다면 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힘든 이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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