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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수리온과 마린온

2018-07-20
20180720
사고헬기 마린온. (유족 페이스북)

수리과 맹금류 중 검(劍)수리는 텃새로 최상위 포식자다. 겨울초입 한반도에 도래하는 수리는 물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독수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체를 뜯어먹는 착한(?)독수리를 제외하곤 모두 영악한 사냥꾼이다.

특히 물수리는 매년 10월 포항 형산강 유강정수장 콘크리트보를 찾는다. 바닷물과 강물이 뒤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이라 제철 숭어를 사냥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물수리는 영어로 Fishhawk, Fisheagle로 쓰고 중국어로는 ‘쥐조우(雎鳩)’라고 한다. 조선양반들은 중국한자를 빌려 식자인양 ‘저구새’라고 했다.

물수리는 ‘형산강의 제왕’이다. 숭어를 사냥하기 위해 공중선회~정지비행~비류직하~입수포획을 거쳐 다시 물에서 창공으로 도약비상하는 모습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수륙공(水陸空)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용맹한 물수리를 갈매기 대신 포항의 시조(市鳥)로 해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이처럼 사냥을 완벽히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몸채는 날개다. 모든 새에게 날개란 ‘존재의 의미’다.

그런데 한국형 수리온을 개조한 마린온이 지난 제헌절 이륙 후 4~5초만에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말았다. 마린(Marine)온은 수리온(맹금류의 수리와 우리말 100을 뜻하는 온의 합성어)에 추가기능을 덧붙여 만든 파생형 전투헬기인데, 100% 자체제작이란 뜻의 ‘온’에 먹칠을 했다. 더욱이 ‘Once a marine Always a marine(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해병대의 자부심에도 상처를 줬다.

드론이 지금처럼 상용화되기 이전 군·경을 제외하고 사진기자만큼 군·경용헬기를 많이 타 본 직업도 없다. 기자도 산불취재차 수차례 헬기를 타봤다. 거의 UH-1H헬기였는데, 탑승 전 유서 비슷한 종이에 사인을 해라고 해 찜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다.

마린온 추락을 계기로 정부는 군헬기를 비롯, 방산무기 전체를 ‘독수리의 눈’으로 조사하고 파헤쳐야 한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7년 7월 감사원이 수리온은 엔진·기체·탑재장비 등에 각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해 7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수리온의 엔진 사고 현황 및 원인, 전방 유리 파손 현황 등을 보고받았으나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음에도 상용전력화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 18일 청와대가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이 세계 최고라고 밝힌 것도 섣불렀다. 국산화 빨리 했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 빨리가 부른 폐단이 어디 한두 개였던가.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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