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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높은 업무강도 해결하자”…IT업계 노조 설립 바람

2018-07-26
20180726
그래픽=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흔히 IT기업은 ‘인텔리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손에 기름때 묻힐 일이 없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창의적 인재들의 일터라는 인식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고 근로시간을 체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연봉은 높은 편이다. 대신 초과근무와 야근이라는 이름으로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없는 삶을 산다. IT업계의 현실에 대해 살펴봤다.

500대 기업 평균연봉 5천500만원
상하위 기업간 보수격차 1대0.37

넷마블·계열사 12곳 근로 감독
직원 63% 연장근로수당 못받아
2016년 직원 2명 돌연사·과로사

네이버 사상 최대실적 기록에도
성과급 뒤늦게 지급…직원 불만

창업19년만에 네이버 노조설립
외국계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
기준없는 보상체계 등 해결해야


◆500대 IT기업 2017년 평균연봉 5천542만원

국내 IT업계의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5천542만원(2017년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IT업계 500대 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12.2%로 나타났다.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한국 CXO연구소는 지난 5월 국내 IT업계 500대 기업의 지난해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총인건비(급여, 상여금, 퇴직금 포함)는 11조1천453억원이고, 전체 종사자는 18만6천281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직원 한 명당 연간 평균보수는 5천542만원인 셈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462만원이고 시급은 2만2천100원이다.

조사 대상 IT 관련 500대 기업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60개 △기타 정보기술 및 컴퓨터 운영 관련 서비스업 9개 △시스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161개 △자료처리, 호스팅,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업 34개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자문업 83개 △컴퓨터 프로그래밍서비스업 20개 △통신업 35개 △출판업 55개 △기타 정보서비스업 36개 △기타 오디오물 출판업 7개였다.

이번 조사에서 상하위 20% 기업 간의 보수격차는 1대 0.37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억대 보수를 받는 기업은 22곳으로, 약 4.4%를 차지했다. 반면 2천만원대 보수를 받는 기업은 24곳으로 4.8%였다. 보수 구간을 천만원대로 구분했을 때 4천만원대가 125곳(25%)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상위 20% 기업의 평균보수는 8천932만원이고, 하위 20%는 3천295만원이다. 상위 기업 보수를 100이라고 하면 하위 20%는 36.9로 2.7배의 격차가 났다.

기업별로는 에스에이피코리아가 연간 평균보수 1억4천31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에스에이피코리아는 매출 순위 24위, 영업이익 순위 50위를 기록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 1억4천111만원, 라인플러스 1억2천884만원, 태성에스엔이 1억2천630만원, 코스콤 1억2천523만원 순이었다.

이들 기업이 인건비를 직원 한 명에게 연간 5천만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고용할 수 있는 인력 규모는 22만2천90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고용 직원 수는 18만6천28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건비 규모만 따지면 실제 고용된 직원보다 3만6천626명 정도를 더 고용할 인건비 여력을 갖고 있지만, 연간 5천만원 이상 보수를 지급한 기업이 많다 보니 IT업계 500대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 수가 19만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IT업계가 우수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하위 기업 간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IT기업의 현실은 고용불안과 강도 높은 근로시간

IT기업은 기존 기업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더 젊고 소통을 중시하거나 업무 강도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IT업계의 현실은 뜻밖이다.

네이버와 넷마블 같은 대기업은 악명 높은 업무강도로 유명하다. 넷마블에서는 2016년 7월 관계업체 30대 직원이 돌연사하고, 같은 해 11월 본사의 20대 직원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과로사했다. 이 중 본사 20대 직원은 일주일에 89시간이나 일한 적도 있어 과로사로서는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지난해 IT기업들에서 연달아 과로사 문제가 터진 뒤 고용노동부가 넷마블과 계열사 12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전체 노동자의 63%가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지만 연장근로수당은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불안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근무 여건이나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네이버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성과에 대한 분배와 보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네이버 매출은 2013년 2조2천591억원에서 지난해 4조6천78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5%가 넘는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뒤늦게 나온 데다 그 액수가 직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쳐 원성이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에 민주노총 산하의 노동조합 지회가 설립된 것은 의미가 크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 지회는 지난 4월2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네이버 및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삼성SDS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이 된 네이버에 창업 19년 만에 생긴 노조다. 네이버 노조는 △수직 관료적인 조직문화 △불투명한 의사결정 △책임근무제와 포괄임금제 등으로 열악해진 IT 노동자의 근로 조건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벤처로 출발한 IT기업이 대기업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 이후에도 어떻게 지속가능한 혁신 모델을 만들어 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인터넷 붐을 타고 벤처기업들이 생겨난 지 30년이 안 된 국내에서 네이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IT업계의 노조 설립은 네이버 노조가 출발점이 아니다. 대기업 계열사와 일부 외국계 기업들도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오라클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다. 1989년 국내 지사 설립 이래 28년 만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오라클까지 합류하며 외국계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속속 노조를 구성하는 분위기다. 외국계 IT기업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면서 국내 IT기업 종사자들이 노조 설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수년 동안 동결된 임금으로 동종업체에 비해 급여가 높지 않다”면서 “투명한 기준도 없는 보상체계와 일부 직원에 한정된 주먹구구식 급여 인상으로 직원들 간 불신과 위화감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오라클노조 상급 단체는 동종업계 기업인 한국휴렛팩커드(HP)노조와 한국MS노조가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용노동조합연맹이다. 이들 기업의 노조 설립이 IT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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