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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미애의 문화 담론] 뮤지컬 단상(斷想)

2018-08-10

한국 뮤지컬 성지 ‘대구판 브로드웨이’로 빛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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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국에 뮤지컬이 첫 도입된 이듬해 공연된 ‘살짜기 옵서예’(가운데)와 장기공연 하며 큰 인기를 끈 뮤지컬 ‘캣츠’(위)와 ‘맘마미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남일보 DB>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벌써 12년째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체코 등 8개국이 출품한 24개 작품이 18일간에 걸쳐 총 102회의 공연을 마칠 때까지 관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각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렇듯 대구시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뮤지컬에 열광한다. 한마디로 무조건적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춤과 노래,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재밌고 극적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춤과 노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다. 그 정서를 면면이 이어 현대의 뮤지컬로 발전한 것은 어쩌면 21세기의 새로운 문화풍속도인지도 모른다.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즉흥적 춤과 노래에 있다고 한다. 출연진의 아름다운 의상과 무대를 가득 채운 다양한 형식도 큰 몫을 한다.

대구가 뮤지컬 성지(聖地)로 도약한 것은 지방에서 처음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설립된 2000년대 초중반. 오페라와 뮤지컬은 쌍벽을 이루는 종합예술이다. 고전문학,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컬의 특징은 음악과 춤을 자유롭게 배합한 멜로드라마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원조는 오페라의 고장인 영국 런던. 1728년 범죄 집단의 탐욕과 배신을 정치적인 풍자와 곁들여 공연한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가 뮤지컬의 효시로 전해지고 있다.

12년째 문전성시 DIMF 성황리 폐막
대구오페라하우스 설립후 비약 발전
전통·문화예술도시…문화축제 소비
맘마미아·캣츠 등 롱런 공연 가능성
지방재정 한계·전문인력 양성 과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1866년 남북전쟁 직후의 피폐한 국민정서를 아우르기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검은 옷의 괴조(The Blak Crook)’가 미국 최초의 뮤지컬로 기록돼 있다. 그 당시 일반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오페라와 연극 양식을 가벼운 코믹 터치로 엮어 공연한 것이 예상 밖의 히트를 치면서 오늘날 유명한 브로드웨이 극장가로 발전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뮤지컬이 본격 도입된 시점은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1965년. 극단 신협의 창작 뮤지컬 ‘새우 잡이’가 최초의 뮤지컬로 알려지고 있으나 첫 공연에서 관객이 4명에 불과해 실패작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듬해에 공연된 ‘카니발 수첩’과 ‘살짜기 옵서예’가 히트를 치며 춘향전과 심청전에 심취해온 관객들을 고전(古典)에서 깨어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반세기에 걸친 발전을 거듭한 끝에 종합예술의 독보적인 장르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런 뮤지컬이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로 지방화시대가 열리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방무대에도 진출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문화적 정서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문화사업을 추진했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문화축제! 지역 특성상 고유의 전통적인 자기 고장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지역민들에게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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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부터 전통문화유산이 많은 데다 문화예술도시로 널리 알려져 왔다. 하여 시는 지역특성을 살리고 침체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축제를 산업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 무렵 이미 1천500석 규모의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신축하고 이의 활용도를 구상하던 중 마침 뮤지컬의 국내외 수요창출이 클로즈업되자 과감하게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6년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개발한 것이 세계를 향한 국내 유일의 메인이벤트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다.

관객은 이미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 직전인 2005년 롱런으로 장기 공연한 뮤지컬 ‘맘마미아’가 이를 증명했다. 전국에서 지방 최초로 57회의 공연을 통해 자그마치 6만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 가운데 4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찾아온 관객들이었다. 그때 전국의 총 공연물 중 6주 연속 티켓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이전인 2002년 런던 오리지널팀의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 때도 서울과 지방에선 유일하게 대구에서만 공연했다. 이때 8회 공연 동안 평균 8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지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그 이듬해 2003년엔 뮤지컬 ‘캣츠’가 앙코르 공연을 포함, 총 31회의 롱런 공연으로 3만8천여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선 공식 초청작 8개와 특별공연 ‘투란도트’의 객석 점유율이 83.7%에 달해 지난해 80.3%보다 높았고 연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빅 이벤트에 걸맞지 않은 초대권 남발로 유료 티켓 판매가 저조해 흥행을 기록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한 적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빈약한 지방재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충분한 국고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대구뮤지컬이 풀어야 할 큰 숙제는 전문 인력 양성이다. 여기엔 반드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감독을 비롯한 고정출연진과 행사 진행요원 등 전문 인력이 고정 배치되어 수준 높은 기획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해야만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각국과 미국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성지 대구가 세계 속의 브로드웨이로 거듭날 날도 결코 머지않을 것이다.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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