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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사람] 스트리트댄스팀 ‘아트지’

2018-08-17

춤으로 엮은 인생 스토리 “그건 아트(예술·Art)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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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은 ‘스트리트댄스 제국’으로 변했다. 특히 2006·2007·2009년 세 차례 프랑스에서 열린 ‘배틀 올림픽 툴루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보잉 댄스팀 ‘갬블러크루(Gambler crew)’는 한국 힙합의 저력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201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힙합대회에서도 한국의 로킹 댄스팀 ‘Lock N Loi’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1992년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주도했던 미국발 스트리트컬처(Street culture). 이를 차용한 한국의 힙합문화는 다양한 요소가 융합돼 있다. ‘힙합(Hip Hop)’이란 말은 ‘엉덩이를 흔들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에 거주하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운동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가받는 힙합의 핵심 네 가지 요소는 랩·디제잉·그라피티·스트리트댄스. 스트리트댄스는 힙합, 비보잉, 팝핀, 로킹, 와킹, 하우스 댄스 등으로 잘게 쪼개진다. 통상 스트리트댄서라면 이 춤들을 다양한 버전으로 섞는 기본적인 안무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구 대표 스트리트댄스…아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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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독일 ‘펑킨스타일즈’란 댄스 배틀대회에 초청받아 공연 중인 아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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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아트지. 이들은 비보잉은 물론 팝핍, 로킹, 와킹 등 다양한 스트리트댄스 장르를 코믹한 기법으로 믹싱해 박수보다 힐링 미소를 유발하려고 노력한다.

대구에 숱한 스트리트댄스 팀이 있지만 대다수는 2012년 등장한 ‘아트지’를 첫손에 꼽는다. ‘그건 예술(Art)이지’. 이게 지역 사투리로는 ‘그건 아트지~’라 하는데 멤버들은 그 표현이 재밌어 팀명으로 사용했다. 아트지는 지난해 4월 청년백수를 위한 새로운 문화창출, 문화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문화협동조합인 ‘댄스고’도 만들었다.

지난 1년은 아트지엔 정말 뿌듯하고 보람있는 시절이었다. 이때 비로소 국제적 공인을 얻어낸다. 댄스를 위해 흘린 땀이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강선구(36)·류주영(36) 공동대표를 비롯해 김기영(34)·박혜진(28)·석한솔(26)·최우주(25)·권순철(24) 등은 부푼 가슴을 안고 ‘The showbox’란 댄스경기대회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멤버들은 장시간 비행 중에도 피곤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이 맡은 동작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모두 300개 팀이 경연을 벌였는데 아트지는 프로페셔널 부문에서 3분 분량의 ‘틱톡’(Tic Toc)이란 춤으로 1등을 차지했다. 상금으로 2천유로를 받았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회였다. 10일간 체재비는 1인당 900만원. 정산해보니 적자였다.


2012년 등장…대구대표 스트리트 댄스팀 활약
올해 스페인 대회 세계 300개팀 중 ‘틱톡’1위
獨 러브콜 공연·美 월드오브 댄스 파이널 2위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연말까지 연습실로 이용
멤버들이 주로 추는 로킹·하우스·와킹·비보잉
공연사이 웃음과 스마일…관객과 쌍방향 모드

채플린·주성치의 영화, 판소리,뮤지컬도 소스
댄스 기반, 음악·미술·뉴미디어 테크놀로지 소통
남북정상회담·갑질논쟁 등 사회 이슈 안무 포함
몸짓을 통한 이미지화 ‘인생의 다양성’보여줘
하나의 문화장르 인식…경제적 문제는 어려움
춤은 취미가 아닌 ‘존재이유’댄스파워로 극복



실력을 인정한 독일에서 곧바로 러브콜을 날렸다. ‘펑킨스타일즈’란 댄스 배틀대회에 초청된다. 항공비·숙박비 등 체재비 전액을 출연료로 지원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엔 미국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전 세계 12개국에서 모두 1천개 이상의 팀이 참여한 ‘월드 오브 댄스’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1등과 아슬한 차이로 2등을 차지했다. 이때 멤버들이 평소 존경하던 일본의 여성 스트리트댄서 요시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상식 직후 그녀가 아트지한테 다가와 “당신들 춤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내 남친한테 동영상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그날 밤 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트지…대구예술발전소 입주하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예술발전소 512호실. 멤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예술가 입주사업 일환으로 아트지는 올 연말까지 이 공간을 사무실 겸 연습실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4시 단체로 모여 2시간 혹독하게 연습한다.

지역의 경우 1980년대부터 1세대 스트리트댄서가 등장하고 아트지 등은 1990년대 1.5세대 댄서. 1.5세대 댄서인 강선구·류주영·김기영은 아트지의 핵심 멤버. 강선구는 2003년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에 입학한다. 2007년 ‘한국 스트리트댄스의 변천과 활성화 방안’이란 국내 첫 스트리트 댄스 주제 석사 논문을 발표한다. 현재 부산 신라대에서 춤과 이론을 가르친다.

류주영은 고교 때 브레이크 댄스 비디오 테이프를 구해 보면서 연습하던 것이 춤의 시작. 강선구와 함께 지역에서 댄서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다 2013년 ‘JAM있는 문화공작소’를 만든다. 이때 처음으로 문화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공연 콘텐츠를 만들다가 새 멤버들과 새롭게 만든 팀이 지금의 아트지다.

홍일점 박혜진은 대학교와 학원에서 춤을 가르치며 아트지 소속으로 활동한다. 최우주는 영남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현대무용을 추다가 아트지를 만나 무용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됐다.

멤버들이 주로 추는 스트리트댄스 장르로는 로킹, 하우스, 와킹, 비보잉 등이 있다. 강선구와 석한솔이 하는 로킹은 주로 펑크음악에 맞춰 추는 춤으로, 춤을 추는 중간에 순간적으로 몸을 잠그듯이 멈추는 느낌을 주는 ‘록’이라는 시그니처 동작이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포인트(Point), 트월(Twirl), 클랩(Clap)과 다양한 스텝 등이 있다. 류주영이 잘하는 하우스는 쿵쿵 뛰는 하우스 음악에 맞춰 다양한 스텝 위주로 춘다. 박혜진이 주로 하는 와킹이라는 춤은 다양한 손동작과 감정표현 등이 큰 특징이다. 로킹은 손목을, 와킹은 팔꿈치를 많이 사용하는 게 차이.

◆춤만 고집하지 않는다

아트지의 공연. 춤만 고집하는 게 아니다. 춤이 빛나도록 다른 예술 장르의 장점을 잘 끌고와 편집할 줄 안다. 이들은 이 시대가 그렇게 진지한 세상이 아니라고 여긴다. 오히려 재밌는 세상이고 그렇게 가볍게 잽을 날리듯 춤을 춰야 된다고 믿는다. 이들 공연의 틈에는 무수한 웃음과 미소가 숨어 있다. 이들은 박수보다 ‘스마일’이 더 중요하단다. 그래서 자기 춤을 더욱 고품격으로, 관객과 더 쌍방향 모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예술과 윈윈 전략을 짠다. 그래서 한 편의 ‘총체극 댄스’ 같다.이들이 소소하게 활용하는 재료 리스트를 훑어봤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소림축구’ 등 주성치 감독의 영화, 김광석의 포크뮤직, 소리꾼 오영지의 판소리, 뮤지컬까지 끌고 온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 영역은 의외로 넓다. 댄스를 기반으로 음악, 미술,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와도 소통한다. 내면에 이야기가 흐르도록 배치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구체적이면 연극 같은 춤이라서 가급적 마임적 요소를 더 풍성하게 치장한다. 18~19일에는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 인형극 연출가 최준형과 손을 잡고 ‘흥흥흥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들이 구사하는 댄스는 퍼포먼스 기법이 가미된 틱톡, 스트리트댄스쇼, 커뮤니티댄스, 주제 공연 등으로 나눠진다. 틱톡은 세계대회에서 인정받은 아트지의 전매특허. 공연 시간은 다양하다. 3분부터 긴 건 1시간짜리도 있다. 이들은 거기에 맞는 각자 의상과 소품을 항상 대동하고 다닌다.

이들은 ‘춤도 사회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적 이슈를 놓치지 않는다. 얼마 전 문재인·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광경도 춤으로 녹여냈다. 향후 갑질논쟁, 미투, 비정규직 문제, 반려견, 스포츠스타 이야기 등도 안무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한 소외받는 청소년과의 눈높이 대화를 위해 다양한 댄스워크숍과 포럼도 가진다. 다른 댄서와도 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문화예술교육사업 일환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도 선보인다.

바쁜 공연이 없으면 매주 동성로로 나간다. 버스킹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구근대로야행 때는 각시탈을 쓰고 플래시몹도 펼쳤다. 칭다오 세계맥주축제 등 여러 세계 무대에도 섰다.

◆아트지의 행간읽기

아트지가 추구하는 세계는 힘의 흐름·결합·분리를 몸을 갖고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인생의 다양성’을 보여주려 한다.

이들의 대표 작품 중 하나가 ‘틱톡’. 틱톡은 소리에 민감한 스트리트댄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다. 박자를 알려주는 기기인 메트로놈의 단순한 단음을 댄스에 활용한 것이다. 띠, 또, 띠, 또~. 반복적인 음이 진행되고 그 소리의 속도 변화에 맞춰 비보잉, 로킹, 애니메이션 등의 움직임을 전개한다. 중간에 마임과 심지어 마술도구까지 데리고 나온다. 특히 ‘착시 퍼포먼스’도 자주 활용한다. 이걸 연출하려면 특별한 복장이 필요하다. 반쪽은 흰색, 다른 반쪽은 검정으로 된, 마치 스케이트 선수복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그걸 입고 검정 백드롭을 배경으로 서서 동작하면 신체가 기하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또한 극적 효과를 가중시켜주기 위해 LED 조명이나 형광물질을 이용한 야광복도 입는다.

이들은 빠르게는 중학교 1학년, 대다수 고교 때 이미 여러 장르 댄스의 기본기를 숙지한 나름 프로댄서. 아트지 멤버로 활동하는 한편 별도로 다른 댄스팀의 일원으로도 활동한다.

아트지는 그동안 일반인이 생각하는 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바뀐 걸 절감한다. 예전에는 불량스러움의 상징이었다면 이젠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걸 실감한다. 그래서 그런지 멤버의 부모들도 자신들의 댄스행로를 그렇게 반대하지 않는다. 댄서로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살이라는 걸 인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미래는 불안정하다. 문제는 ‘화폐’다. 기본 출연료는 100만~250만원. 극장에서 정식으로 1시간짜리 공연을 하면 700만원을 받는다. 700만원짜리 공연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지역 댄스팀 중에선 가장 비싼 편이다. 출연료를 받으면 항상 멤버 수로 나눠 분배한다.

강선구 소유의 7인승 RV차량을 타고 울릉도 등 전국 어디라도 찾아간다. 월 1~2회 공연이 들어오지만 동절기에 쉬고나면 늘 빠듯하다.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다. 혼자 쓰면 끝이다. 그래서 다들 결혼은 아직 무리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춤이 하나의 취미가 아니라 ‘존재 이유’라 여긴다. 그래서 어떤 경제적 어려움이 오더라도 반드시 더 가열찬 댄스 파워로 고비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그들에게는 댄스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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