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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보수 우파에 고함

2018-08-22
20180822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정치에는 미지수가 없다.’ 그때그때의 정치지형과 대중정서,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의 성격만 파악하면 상당히 정확한 정치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실 한국정치는 꼭 이런 전문적 식견이 없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 변수가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6·13 지방선거가 그랬다. 6·13 선거에서 보수우파가 참패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감하고 있었다. 지고나면 한국당이 상당한 혼란에 빠질 줄도 알았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 지리멸렬할 줄은 몰랐다. 6·13 선거 참패 후 김병준 비대위로 가는 졸렬한 과정도 그렇고, 김병준 비대위 출범 후 한달 동안 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무기력한 모습도 그렇다. 오죽하면 정의당보다 못한 정당 지지율에도 놀라는 사람이 별로 없을까?

민주당은 이번에도 ‘반(反)박근혜 프레임’을 구사했고 선거 후에는 반박근혜 개혁입법연대 프레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당 원내대표들을 불러 모아 협치를 앞세워 여야정협의체를 발족시킨 것은 반박근혜 프레임의 최종적 완결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와 진보 좌파는 자신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보수우파를 부패하고 부도덕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정국운영의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우파 세력은 저항은커녕 최소한의 전열구축도 못하고 쫓기고 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치지형에 대한 냉철한 인식도 진보 좌파의 헤게모니에 맞설 대항 헤게모니 구축이라는 문제의식도 없이 일과적, 즉흥적 대처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9 대선때 한국당 홍준표가 얻은 25%, 6·13선거에서 한국당 후보자들이 얻은 20%대 지지는 ‘대안 없음’에 따른 보수우파 국민들의 울며 겨자 먹기식 소극적 지지에 불과했다. 더 많은 보수는 아예 선거판을 떠났고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지만 한국당이 10%대 지지율을 탈출 못하는 근본 이유다.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의 실패는 이명박·박근혜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보수우파 전체의 실패였다. 보수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보수가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이 그렇다. 그러므로 보수실패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지 않고서는 보수의 재건도 한국당의 혁신도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당의 현학적 논쟁이나 일회성 정치이벤트가 아니라 보수우파세력 전체의 처절하고 철저한 혁신이다.

대한민국 보수우파에 진정 필요한 것은 가치혁신, 인물혁신이다. 한국당은 이를 담아 낼 그릇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당도 새로운 보수 가치, 새로운 보수 인물을 잘 담아내기 위한 당 운영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당 비대위는 보수 우파 세력의 일대 혁신을 감당하고 선거를 통해 이를 구현할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과도기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과도기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보수 혁신, 보수 통합, 보수 재생의 멀고 험한 여정을 시작함에 있어 보수우파는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첫째, 보수우파는 헌법가치를 담지한 보수 담론을 갖고 있는가. 둘째, 보수우파는 그 담론을 담지할 사람들을 준비하고 있는가. 셋째,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맞서 자신의 담론과 인물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게 할 소구력과 소통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앞의 둘은 보수 재기의 필요조건이요 뒤의 것은 충분조건이다. 야당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앞의 둘을 갖춰야 하고 정당의 궁극적 목적인 집권에 성공하려면 뒤의 것까지 갖춰야 한다. 보수우파는 한국당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출 것을 기대하지만 앞의 둘만이라도 갖춘다면 지지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앞의 둘, 즉 핵심가치와 인물조차 구비하지 못한다면 그런 불임 정당을 억지로 살려내서 어디다 쓰겠는가. 한국당 해체 목소리가 보수우파 세력 내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당은 보수우파세력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처절하고 철저한 혁신만이 한국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도.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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