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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 방문에 입법부를 들러리 세워서는 안된다

2018-09-12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주시하다시피 이번 3차 회담은 앞선 2차 회담에 이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 3각 대화채널을 복원했다는 의미가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 태도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나온 회담이기 때문이다.

앞서 남쪽 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 대화의 장애물이었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호전적 편지에 대한 저간의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해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비핵화 시기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히 멋지다.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한다’고 다시 기분을 푼 배경이다.

남·북·미 대화는 이처럼 굉장히 섬세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언제든 돌출될 성격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남·북·미 대화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이들 무기를 폐기하며,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목표로 한 야심차고도 지난한 과제에 둘러싸여 있다. 대화의 모든 단계 하나하나에서 진중하고도 검증된 작업들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가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민국 입법부인 국회 대표를 몽땅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가 무산된 것은 경솔한 발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 이주영(자유한국당)·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 등 국회 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이번 방북에 특별대표단으로 가자고 초청했다.

당장 민주당 출신의 문 국회의장부터 이를 거부했다. 격(格)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엄연히 행정부 수반이지만, 문 의장을 비롯한 국회 의장단은 입법부를 대표한다. 3권 분립의 체제에서 비록 별도의 국회회담 일정이지만, 입법부까지 평양회담에 수행한다는 모양새는 회담 전반에 좋지 못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입법부가 회담의 들러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회담에 초당적 협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당한 요청이다. 한편 작금의 남북회담은 상호적이어야 하고, 어느 회담보다 더 진중해야 한다. 목표에 조급해 원칙을 깨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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