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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차 없는 도시

2018-09-22

폰테베드라는 스페인 북부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인구 8만여 명의 소도시다. 18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출근하는 2만7천여 대의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차량 정체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일부 운전자는 도로가 아닌 인도로 차를 몰면서 교통사고도 잦았다. 심지어 담배 사러 갈 때도 승용차를 이용하다보니 비만과 심혈관질환 등 시민들의 성인병 발병률도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았다. 급기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당국은 1999년 극약 처방을 내놨다. 도시 중심가의 90%와 외곽지역의 70%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해 일반 차량은 물론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의 도심 진입을 금지했다.

도심에서 자동차가 사라지자 폰테베드라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지역공동체가 살아나면서 불법주차 차량과 교통소음이 가득했던 거리에 시민들의 웃음이 넘쳐났다. 골목마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주변 상권도 활력을 얻었다. 매연 없는 살기 좋은 도시로 소문이 나 인구도 2만여 명 늘었고, 범죄발생 건수도 2000년 1천203건에서 2014년 484건으로 줄었다. 한마디로 교통지옥에서 보행자 천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폰테베드라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 주요 도시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우선으로 교통문화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도심의 차량이 줄어들수록 대기환경 개선과 함께 보행자들의 사회적 교류가 늘어 공동체가 살아나고 시민행복지수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수도로 인구가 27만명인 류블랴나 지방정부는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노약자·장애인 등을 제외하고 도심 전역에서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도 2019년까지 모든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2년 뒤 올림픽을 치르는 일본 도쿄도 걷기 좋은 도시로 변신 중이다. 1964년 첫 도쿄올림픽 때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었지만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보행 친화도시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마침 9월22일 오늘은 ‘세계 차 없는 날’이다. 교통량 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1년 중 하루만이라도 도심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말자는 취지의 시민운동이다.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 라로쉐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 2천20여 도시가 동참하고 있다. 자동차 우선 교통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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