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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삼성, 대구, 緣(연)

2018-10-01
[월요칼럼] 삼성, 대구, 緣(연)
박규완 논설위원

지난 8월 삼성이 ‘3년간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산업 두 축에 방점이 찍혔다. 대구시는 삼성과 대구의 연결고리 찾기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삼성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5년간 1천100억원을 조성해 전국 2천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한다는 것 외엔 대구와 연관성 있는 내용은 없었다. 떡고물이라도 건져보려는 대구시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15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국내 투자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이루어진다.

2017년 7월4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제품 출하식이 열리던 날 삼성은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15조6천억원을 들인 평택 라인에 2021년까지 추가로 14조4천억원을 투입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늘린다는 거였다. 삼성은 “화성 공장 6조원, 아산 공장 1조원 등 총 37조원의 투자로 2021년까지 163조원의 생산 유발효과, 44만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효과가 창출된다”며 으쓱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평택-화성-수원의 생산 거점 트라이앵글을 구축했다. 지리적으로 불리하고 시너지 효과도 미흡한 대구가 삼성의 투자 시계(視界)에서 벗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대구는 삼성의 발상지다. 1938년 이병철이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 삼성상회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IT기업 삼성의 역사는 태동했다. 그렇게 삼성과 대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緣)으로 묶였다.

그러나 지금 삼성과 대구는 삼성 프로야구단 외에 연고가 없다. 삼성그룹 발상지에 삼성을 상징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건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삼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구시도 꽤나 공을 들였다. 2010년엔 호암(이병철 창업주의 호) 탄생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고, 인교동 삼성상회 터는 삼성 기념공간으로 복원됐다. 북구 오페라하우스 앞 도로를 호암로로 명명한 것도 그 때였다.

1947년 어느 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가 진주시에서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를 찾았다. 허씨는 구씨에게 동업을 제안했고 곧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허씨 일가와 구씨 일가는 2005년 GS그룹 설립으로 결별할 때까지 가장 모범적인 동업 기업의 성공신화를 썼다. 그리고 2013년 GS칼텍스는 진주시 지수면 일반산업단지에 복합수지공장을 준공했다. 허만정 창업주의 손자들이 고향에 공장을 건립해 ‘뿌리’에 대한 보답을 한 것이다. GS그룹의 진주 투자에 비춰보면 삼성과 대구는 사뭇 소원(疏遠)한 관계다. 삼성의 정보력은 웬만한 국가를 능가한다. 이익 극대화 전략과 투자 예지력도 탁월하다. 정유라의 승마 후원자가 되고 다스의 소송비를 지원할 정도로 권력의 함수관계에도 순발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업이어서일까. 왠지 아날로그적 온기가 느껴지진 않는다.

기업영리 잣대로만 판단하면 삼성은 대구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데 어쨌거나 대구가 삼성의 태동지(胎動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번듯한 대구 투자로 삼성의 태동지 스토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만큼 감성적인 기업홍보가 또 있을까. 삼성은 이제 초일류 기업을 넘어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장주의만 앞세워선 곤란하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톰 행크스 분) 같은 ‘우직한 DNA’가 필요하다.

수필가 피천득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고 했다. 삼성은 대구와의 연(緣)을 이대로 끝낼 요량인가.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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