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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유류할증료와 남북관계

2018-10-06
[토요단상] 유류할증료와 남북관계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여름휴가를 위해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이상한 요금을 발견했다. 유류할증료라는 이름으로 붙은 몇 만원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내가 산 항공권에 틀림없이 기름 값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왜 추가로 내라고 하는 것일까? 이건 마치 택시를 탔는데 최근에 기름 값이 올랐으니 추가로 요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알아보니 유류할증료란 전 세계 항공사들이 담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객 ‘삥뜯기’ 수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류할증료는 2005년도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기준은 싱가포르 항공유의 갤런당 가격이다. 갤런당 150센트 이상이면 단계별로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150센트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요금을 마이너스 처리해주지는 않는다. 또한 지금 항공권을 구매해서 몇 달 후 비행기를 탈 때 유류할증료가 떨어져 있어도 차액을 지급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항공사가 구매하는 항공유가 정말로 그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항공유는 고도의 낮은 온도에서 얼지 않도록 특별한 공정을 거치므로 비쌀 수밖에 없지만,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다. 참고로 휘발유의 세금 비중은 55% 정도이다. 국가에서는 항공유를 공공재의 의미가 강하다고 해석하고 세금을 붙이지 않았지만, 항공사는 이를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철저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항공사보다 국민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을 조사하던 국토부의 한 조사관이 조사보고서를 통째로 대한항공의 고위 직원에게 넘긴 일이 발각되면서 공분을 샀었다. 그 조사관은 15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가 2002년 국토부로 이적한 사람이다. 당시 언론에서 확인한 바로는 국토부의 항공안전감독관과 운항자격심사관 등 26명 중 20명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이런 국토부가 항공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유류할증료라는 이해되지 않는 요금을 쉽게 폐지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전 세계 항공사가 갑질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해외이동수단의 독점적 지위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일한 대륙으로의 통로인 북쪽이 막혀있기 때문에 섬나라나 마찬가지다. 외국으로 나가려면 비행기가 유일한 수단이므로 항공사와 국토부가 정해 놓은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만약 북쪽으로 철도가 연결되거나 초고속 열차가 다니더라도, 저렴한 물류이동 수단은 확보되지만 여행객을 수송할 수단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낭만적이고 시간이 많은 여행객은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선택하겠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미래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실수다. 하이퍼루프(hyperloop) 때문이다.

하이퍼루프는 진공튜브를 연결해서 그 안으로 캡슐과 같은 이동수단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진공이므로 저항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론상 최고속도가 시속 1천200㎞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이면 도달하는 속도다. 건설비용도 고속열차에 비해 더 저렴하다고 한다. 10년 전 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먼 미래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울산과학기술원도 2017년에 미국보다 더 진일보한 자기부상기반 하이퍼루프 구현 모형을 일반에 공개했다. 한국철도기술원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튜브압력을 지닌 기밀튜브를 개발했다. 그렇다면 10년 안에 이 기술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남과 북이 소통과 이동수단 연결에 합의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섬나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몇 년 안에 대량의 석유를 쓰지 않으면서 비행기와 ‘맞짱’을 뜰 이동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이번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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