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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이해찬式 도그마

2018-10-12

도그마(dogma)란 용어는 신학적으로 무조건적 믿음 혹은 절대적 강령이나 교조를 뜻한다. 이성적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는 여하 간의 수정을 불가하는 태도나 이데올로기적 원칙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평양에서 했다는 발언을 전해듣고는 고개가 갸웃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북측 최고인민회의 관계자에게 남북교류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교류를) 또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 교류를 놓고 북한이 핵무기로 빗장을 걸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이런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 도그마적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더구나 이 대표는 단체의 대표로 갔고 엄연히 남쪽 전체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가 됐는데, 행여 정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저쪽과 더 의기투합하는 듯 국민적 오해를 낳을 만했다.

이 대표는 앞서 민주당 경선에 나서면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내세워 야당을 약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민주당만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기둥”이라고 했다. 자당 출신 대통령이 열 분이라도 당선되면 축하할 일이지만, ‘민주당만이’ 또는 ‘유일한’ 이런 표현은 민주적 사고를 하는 한에서는 쉽게 나오기 어렵다.

이 대표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논평을 했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를 제가 지금까지 공직생활하면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인듯 하지만 한편 체감경기에 늘 불평하는 대중을 비아냥한 소리로도 들린다.

이 대표는 1970년대 서울대 재학시절 반(反)독재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민주화 1세대라 할까. NL·PD란 이념이 투영된 1980년대 이후 386운동권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국무총리와 교육부 장관, 7선(選) 의원을 지냈다. 이제는 또 집권여당 대표다. 우리가 민주적 시스템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가 결코 쌓을 수 없는 이력이다. 그런 이력의 소유자가 국민이 귀를 기울이는 장소와 시점에서 한 발언은 어쩐지 좀 도그마틱하다. 유감이다. 절대 지지자들의 환호성은 커질지 몰라도 국가적으로는 이롭지 못할 수도 있다.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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