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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FAKE LOVE

2018-10-31
[박재일 칼럼] FAKE LOVE
논설위원

모두가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같은 기성세대가 방탄소년단(BTS)을 처음부터 좋아했겠냐만은 국위선양 가수에 대한 헌사 차원으로 유튜브에서 듣기 시작한 그들의 노래는 슬슬 몸에 익는다. 지난 5월 공개 후 현재 3억5천만 뷰를 기록한 ‘FAKE LOVE’ 운율은 약간의 중독성마저 있다.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 해’

거짓은 시대적 화두가 됐나. 방탄의 ‘FAKE LOVE’는 언론종사자에게는 ‘FAKE NEWS(가짜 뉴스)’와 오버랩된다. 세계는 지금 가짜에 물들었다. 물론 다 정치에서 연유한다. 미국은 2016년 대선을 전후해 정통 미디어의 뉴스가 가짜 논쟁에 휘말렸고, 한국 역시 탄핵과 대선 정국 속에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한 1인 미디어란 새로운 방식의 뉴스 전달이 증폭되면서 가짜 뉴스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선에서는 여론조사라며 턱도 없는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뉴스 아닌 뉴스가 나도는가 하면, 계엄령이 선포된다든가, 대통령 무죄 판결이 확정적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최순실이 독일에서 수십조원을 숨겼다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앞서 세월호 7시간을 두고는 숱한 뉴스가 가짜 논박을 벌였다.

지상 최대의 언론자유 나라라는 미국은 거의 가관이다. 가짜 뉴스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유튜브에서 ‘FAKE와 TRUMP’를 치면 곧장 확인된다. 3개월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CNN기자가 질문하자 “그쪽은 질문 받지 않겠다. 당신네 CNN은 가짜 네트워크”라고 공박했다. 그것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다. 트럼프는 심지어 “FOX가 진짜 뉴스다. 폭스 기자, 질문하세요”라고 말한다. CNN 기자가 “우리도 진짜 네트워크”라고 응수하자, 트럼프는 “무례하다”고 질문을 자른다.

미국의 속사정을 우리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가짜 뉴스 논쟁을 빚은 고전적 사례는 우리에게도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평양정상회담을 앞두고 소문이 나돌았다. 방문이 하루 연기됐는데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정상회담 대가로 돈을 주기로 했는데 그게 잘 안돼서 연기되고 있다’고. 나는 아무리 DJ가 싫어도 그런 혹세무민식 말을 하면 되겠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가짜 뉴스는 몇년 뒤 거의 진짜로 판명났다.

이미 탄핵정국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뉴스 아닌 뉴스가 나돌았다.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가 박근혜’라 했다. 나는 설마했다. 통수권자 대통령직의 위상을 몰라서 하는 무식한 소리라고. 그런데 이게 지금 와서 보면 가짜라고 할 수도 없게 됐다.

이달초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덩달아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나서 단속 의지를 밝혔다. 범정부 차원의 무슨 대책도 조만간 나올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도 몇몇 국회의원이 가짜 뉴스 근절 법안을 만들겠다고 난리다. 기자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허위조작 유통방지법’이 대표적이다.

가짜 뉴스는 법으로 제어가 가능할까. 그렇다면 어디까지 가짜이고 어디서부터 진짜인가. 배설하듯 SNS에 개인적 욕망을 담은 글이나 의견은 뉴스로 볼 것인가 단순한 주장으로 볼 것인가. 경계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가짜 뉴스에도 정치적 함의는 있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외국 정상들과의 다국적 회담장에서 왕따 당하는 듯한 묘한 동영상이 나돌았다. 고의적 편집만 놓고 보면 그건 가짜 뉴스임에 분명하지만, 이게 담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는 대통령의 외교력을 의심한다는 뜻이다. 물론 무작정 싫다는 감정도 담겨 있다.

나는 가짜 뉴스 근절이란 발상이 부질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언론자유의 중대성을 이런 식으로 주장했다. ‘가짜도 허용된다. 왜냐하면 진짜는 가짜와 대비됨으로써 증명되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도 가짜가 있어야 순애보의 진짜가 새겨지듯. 방탄의 멤버 슈가는 인기비결에 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었거나 할 수 없었을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가짜라 하더라도 다들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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