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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자랑스러운 꼴찌이고 싶다

2018-11-05
[행복한 교육] 자랑스러운 꼴찌이고 싶다

‘보고픈 책들을 실컷 보고 밤하늘의 별님도 보고, 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 내 꿈도 지키고 싶다. 어설픈 일등보다도 자랑스러운 꼴찌가 좋다.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 거야.’ ‘꼴찌를 위하여’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일등이든 꼴찌이든 자랑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설픈 일등을 좇는 아이들이나 자존감이 낮아진 꼴찌들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힘을 주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노래다.

비교나 경쟁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해야 하고, 당연히 누군가는 꼴찌를 해야 한다. 이런 줄세우기 경쟁교육은 학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교육감들이 내세운 교육정책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하지만 현실 교육에서는 이 말을 정치적 수사 정도로 여기고 있지 이 말을 교육철학으로 이해하고 믿고 실천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아직 멀었다 싶다.

대구교육은 시도교육청평가에서 6년 연속 1등을 근거로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자칭했고, 교육감이 바뀌었지만 이 말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어쩌나? 교육부의 평가편람이 크게 바뀌었고, 서열을 매겨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으니 이제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 교사들이라도 스스로 일등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데 나는 현장에서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허상이었다.

최근 경북에서 내년부터 중학교까지 전면 의무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같이 꼴찌를 달리던 울산과 대전도 일찌감치 내년부터 고교까지 의무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대구만 꼴찌를 유지하게 되었다. 자유한국당마저도 아동수당을 보편복지로 실시하고, 초등 6학년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전환을 발표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그런데 대구시와 교육청은 이런 보편복지가 우리 사회를 살릴 것이라는 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싶지도 없다. 그냥 부끄럽다. 하긴 대구의 정치적 리더인 시장, 교육감, 시의회의장이 모두 지난 선거과정의 문제로 자기 발등의 불을 꺼야 하고, 대학도 시끄럽고 종교의 신뢰도도 바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혁신을 위한 시스템 혁신을 보다가 대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막막해졌다. 우리 안에 있는 ‘내면화된 무기력’이 느껴져 슬퍼졌다. 후배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도 부끄러웠다. 주제가 관행에 저항하는 교사였는데,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교사,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교사, 자신이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는 교사’였다. 선배교사로서 부끄러웠다. 딱히 방도가 보이지 않아서 답답했다. 혁신교육을 실험해 오던 상주남부초등이 성과를 바탕으로 평교사가 교장이 되었다. 이제 대구는 유일하게 내부형 교장공모제도 실시하지 않는 교육청이 되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이렇게 인색하다.

지난주, 대구시교육청이 미래교육포럼을 열었다. 얼마나 많은 교육자들이 참여했는지 모르겠다. 학교가 아주 바쁜 시기에 실시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초에다 이마저도 오전에 시작했으니 현장 교사들을 대놓고 배제한 것이다. 페이스북으로 중계를 한다고 해서 들어가 보니 두세 명이 보고 있었다. 발제자·토론자를 보아도 대구교사는 구색 맞추기이다. 교육청은 여전히 교사들이나 시민을 주체로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 화도 나지만 허망하고 부끄러움이 더 컸다. 교사를 주체로 세우지 않는데 미래교육은 누가 할 것인가? 유행하는 말로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이런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이런 글만 쓰기도 힘들고 부끄럽다. 가을 단풍철에 나는 스산한 찬바람을 더 느낀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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