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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레트로와 뉴트로

2018-12-13
[영남타워] 레트로와 뉴트로

한 달쯤 전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큰아들의 권유로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을 소재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지금처럼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내 젊은 시절의 기억 한편에 퀸의 리더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가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자리하고, ‘Somebody to Love’ ‘We Are The Champions’ 등 명곡들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남편, 작은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극장을 향했다. 큰아들이 집에서 늘 퀸을 비롯해 비틀스 등의 노래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퀸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을 법한 데도 두 남성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두 남자 모두 액션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극장에 의외로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12세 관람가’ 영화라서 그러려니 했다. 젊은 연인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10~20대의 관객들을 보면서 퀸은 4050세대에게 익숙한데 큰아들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온 뒤 자기표현에 인색한 작은아들이 예상 외의 말을 했다. 음악이 너무 좋다며 친구들과 다시 가야겠다고 한 것이다. 며칠이 지나 작은아들은 싱어롱(영화나 뮤지컬, 콘서트 같은 작품에서 나오는 노래를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 것) 상영관이 있다며 그곳을 찾아 영화를 본 뒤엔 갑자기 퀸의 열성팬이 되어버렸다.

한때 레트로가 유행했다. 한마디로 복고풍을 뜻하며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을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 여기서 진일보한 뉴트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레트로와 뉴트로는 복고풍을 지향한다는 데서 공통성을 가지지만 이를 즐기는 세대가 다르다. 레트로는 40~50대가, 뉴트로는 10~20대가 유행을 주도한다. 레트로는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기반으로 하는데 비해 뉴트로는 10~20대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움’ ‘신선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은 레트로가 단순히 추억만을 불러일으킨다면 뉴트로는 복고풍을 재해석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 수가 최근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음악영화 ‘라라랜드’ ‘미녀와 야수’ ‘레미제라블’의 관객 수를 훌쩍 앞질러버렸다. 이 같은 관객 동원의 힘은 퀸이 활동했던 당시 열광했던 40~50대보다는 10~20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퀸의 음악을 접하지 못했던 10~20대가 영화를 통해 퀸의 음악을 들은 후 그 매력에 푹 빠져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재관람을 하는 ‘N차 관람(반복관람)’ 현상을 낳고 있는데 싱어롱 상영관 등을 통해 재관람을 주도하는 것도 이들 젊은 세대라 한다.

뉴트로의 양상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폭발적 힘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곳곳에서 뉴트로의 힘은 감지되고 있다.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김광석거리 등 옛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을 누비는 이들의 상당수가 10~20대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한옥카페도 젊은 층의 이런 관심도를 반영한 새로운 트렌드라 할 수 있다. LP·흑백필름사진 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도 아마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아날로그의 인기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런 현상에 대해 캐나다의 비즈니스 및 문화전문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색스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예견했다. 디지털시대에 밀려 사라져간 아날로그가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라 점친 것이다. 아날로그의 인기는 디지털이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평범한 것이 되었고 아날로그는 새로운 것으로 느끼는 데서 비롯됐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해진 10~20대에게는 아날로그적인 물건들이 그동안 본 적이 없던 새로운, 그래서 신선함이 느껴지는 물건이다.

우리 집에는 레트로와 뉴트로가 공존한다. 전혀 다른 감성으로 아날로그를 바라보지만 그 안에는 어설프지만 인간적인 것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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