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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마약왕

2018-12-21

10년간 권력과 돈 지배한 한 남자의 일대기

20181221

‘잘 살아보세’라는 슬로건으로 넘쳐났던 1970년대 대한민국은 수출이 곧 애국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열 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팔자 고친다’는 한탕주의와 함께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는 마약상들까지 도리어 애국자로 치부되던 시대. 역설적으로 당시 부산 경제가 활기를 띤 건 일본과의 마약거래가 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자리한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마약유통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마약을 생산할 공장이 필요했던 일본과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만들어서 팔아야 했던 대한민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생활하던 이두삼(송강호)은 아내와 세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뜬 그는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마약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다. 이후 뛰어난 처세술과 위기 대처 능력으로 단숨에 대한민국과 일본 마약업계를 장악한 그는 사업 파트너이자 내연 관계인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를 통해 정·재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꿈에 그리던 권력의 중심에 다가선다. 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공안 출신의 김인구(조정석) 검사가 마약 감시과에 배속되면서 그의 목을 죄기 시작한다.


70년대 마약 유통사건 모티브 창작…연출력 돋보여
마지막 20분 송강호 명연기…명불허전 배우 입증



‘마약왕’은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수많은 마약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이를 토대로 1972년부터 80년까지 약 10년간 ‘마약왕’으로 불리며 권력과 돈을 지배한 한 남자의 서사를 리드미컬하게 따라간다. 이제껏 대한민국을 마약청정지대로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질 듯 하지만, 이두삼을 포함해 극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는 모두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허구다. 그럼에도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비견되는 인물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운 건 흥미롭다.

‘내부자들’에 이은 우민호 감독의 선택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 예리한 통찰력과 촌철살인 대사로 시대를 새롭게 변주하고 관통해왔던 그의 장기는 ‘마약왕’을 통해서도 오롯이 드러나는데, 약 10년간 이어지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치밀한 구성과 연출력은 이번에도 돋보인다. 이를 통해 도출해낸 1970년대 대한민국의 시대상과 분위기, 난마처럼 얽혀있는 정치적 관계들이 흥미진진하게 우민호만의 영화적 색깔로 인상깊게 채색됐다. 특히 궁금했던 당시 밀수와 단속 행태, 마약 유통의 메커니즘 등이 굵직한 주요 사건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우민호 감독은 “시대극은 재현도 중요하지만 재해석도 중요하다. 1970년대를 재현하되 그대로가 아닌 ‘마약왕’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보자는 기조 하에 당시 실제 마약 밀매에 대한 자료 조사 내용과 시끄러웠던 사회상과 느낌을 영화에 녹여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마약왕’은 이성민, 조정석, 배두나, 이희준, 조우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저마다의 존재감을 뿜어내며 영화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지만, 역시나 방점은 송강호다. 마치 송강호의 모노 드라마를 보여주듯 그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댄다. 한계치를 알 수 없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왔던 그는 특히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마지막 20분간의 명연기를 통해 명불허전의 배우임을 새삼 입증했다. 한국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장르:범죄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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