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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5년간 상장된 대통령 주식

2018-12-26
[박재일 칼럼] 5년간 상장된 대통령 주식

대통령 지지율을 놓고 주식 시장에 비유하는 분석이 유행한다. 일부 언론은 좀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코스피 지수를 그대로 복사했다고 보도했다.

코스피는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2,600을 넘었다. 덩달아 문 대통령 지지율도 한때 80%를 웃돌았다. 4·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역사적인 압승을 거둔 상황도 반추해보면 코스피 시장은 상승 추세였다. 집값도 올랐고, 대기업의 수익은 고공행진해 월급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반기 들어 추세가 꺾여 2,000선으로 추락했는데, 대통령 지지율도 슬금슬금 빠졌다. 마침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부정평가가 40% 대에서 처음 역전되는 조사마저 나왔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주식용어인 ‘데드크로스(Dead Cross)’로 표현했다. 이는 최근의 주식가격 평균값(이동평균선)이 긴 시간 평균값 아래로 뚫고 내려가 장기 하락세로 돌입했다는 신호다. 그래프 이론이지만 주식시장이라면 ‘문재인 주식’은 팔라는 의미다. 반대가 ‘골든 크로스’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레임덕(권력 누수현상)마저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면 이제 반전의 기회는 없는가. 답하자면, 민주화 이후 5년 단임제의 한국 대통령들이 임기말까지 적정 권력과 지지도를 한껏 유지한 사례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도 숙명적이고, 그래서 스스로 실망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대통령 4년차인 2011년 봄,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이 대구에 왔다. 엑스코에서 열린 ‘특강 정치’였다. 1천여명의 정치권 주변 인사들이 그 넓은 홀에 꽉 찼다. 내가 물어봤다. “왜 이리 많이 왔어요.” 답은 이랬다. “마지막 눈도장이지. 행여 한 자리 걸릴까봐.” 끝물 정권이지만 그래도 실세 눈에 들어 혹시나 공기업 감사 자리 하나라도 얻어 걸릴까 왔다는 솔직한 푸념이었다. 사실 권력 초창기에는 다들 지지한다고 한다. 새로운 정권에 기대어, 내가 무슨 이득을 얻어볼 수 있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원, 즉 자리는 한정돼 있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도 나에게 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수가 탈락해야 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등을 돌린다. 결국 지지도는 떨어진다.

경제도 비슷하다. 볼륨이 커진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3%대 전후다. 아무리 잘해봐야 이를 넘기 힘들다. 4% 이상 성장은 불가능하다. 설령 의외의 호황이 오더라도 그 성장의 과실이 나한테 돌아오는지는 더 중요한 변수다. 임금은 올라간다는데 내 밥그릇(일자리)을 차거나, 장사가 안돼 내 몫이 적어지면 싫어하는 것이 대중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잊어도 내 재산을 뺏어간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통일은 대박’이라고 정의된 남북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마저 대중은 당장 나에게 생활의 불편이고, 미래의 불안정한 체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의심하면 찬성을 거둘 것이다.

주식 격언에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했다. 깊게 하락하면 오르는 폭도 크다는 뜻이다. 주식은 다시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 주식은 5년이란 기한을 정해놓은 주식이다. 고민은 거기에 있다. 글쎄, 조언하자면 5년의 짧은 임기에 역사에 남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 자주, 분배, 평등, 정의적 임금 그런 가치관은 아름답지만 실천은 굉장한 위험을 수반한다. 국제적 관계, 유비무환, 협상, 성장, 자유, 기업 등의 대치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거창한 좌표의 위험성에다 권력 속성의 부조리, 예를 들면 청와대 특검반 추문이나 최저임금, 탈원전식의 밀어붙이기식 고집마저 얹어진다면 대중은 돌아오지 않는다. 설상가상 이재명 도지사건(件)처럼 대통령의 약점을 들먹이며 진영이 분란할 때 대중의 이탈은 가속화된다.

정치인은 소모품이란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왜 처절한 투쟁 끝에 이저저도 아닌 5년 단임의 헌법을 고육지책으로 제정했는지 이 정권도 겸허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치는 가장 어려운 방정식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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