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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물건, 유리상자 속에 설치 “새로운 이야기 탄생”

2019-01-21

봉산문화회관‘이은재-겹쳐진 장면展’
가짜 이미지 안에 진짜 이미지 있어

20190121
이은재 작

처음엔 폐허를 연출한 줄 알았다. 식물의 줄기를 칭칭 감은 여자 마네킹, 타일로 붙인 쇼파, 나무로 만든 사슴의 머리…. 기괴했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전시된 소재들이 대부분 정상(?)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작가는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유리상자의 환경에 맞게 설치했다. 과거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에 선정된 이은재 작가가 ‘겹쳐진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겹쳐진 장면이라는 의미가 색다르다. 작가는 현재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는 가짜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가짜 이미지 안에 ‘변하지 않는’ 진짜 이미지가 있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작가는 진짜 이미지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가 다르게 보일 때라는 부연 설명이 곁들여졌다. 작가는 “어느날 문득 새가 날아가는 것을 봤는데, 중력과 날려는 힘이 일치하는 점을 새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새가 자유롭게 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길로만 난다고 생각했다. 내 작업은 새가 나는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점이 찍힌 새의 정해진 길이 작가에겐 진짜 이미지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작업이 수동적이라는 데 있다. 작가는 “능동적으로 찾는 게 아니라 작업을 통해 진짜 이미지를 따라가 본다”고 밝혔다. 유리상자 설치에도 애초에 계획된 의도나 설정이 없었다. 작가는 “미리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까를 쫓아가 보는 작업”이라고 했다. 수동적인 작업은 삶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작가는 “뭔가를 해야지라며 의지를 갖고 해보니 잘 안됐다. 나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변 상황과 연결되다보니 컨트롤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업도 계획이나 의도를 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일상생활이나 여행을 통해 버려진 물건을 수집한다. “어떤 물건이 버려지면 본래의 용도가 사라진다. 대신 주변의 다른 물건과 관계를 맺으면서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나만의 미학적 관점으로 물건을 수집한다”며 웃었다. 일반 사람들이 쇼핑하듯 작가는 버려진 물건을 줍는다. 또 주운 물건을 여기저기 놓아보는데, 막 놓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뭔지는 모르지만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는 물건들을 배치한다”고 했다.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작가는 프랑스에서 10년 정도 작품 활동을 했다. 작가는 “파리 외곽의 작업실에서 생활했는데, 당시 그 작업실은 전 세계에서 모인 작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다른 나라의 작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작가의 설치에 담긴 스토리는 무한대다. 폐허로 보든, 자연 생태계로 보든 관객 마음대로다. 변하지 않는 진짜 이미지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작가의 설치 작업은 변화하고 있다. 자신만의 진짜 이미지를 추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3월17일까지. (053)661-35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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