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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의 독립극장] 선택의 순간과 용기

2019-01-23
[서성희의 독립극장] 선택의 순간과 용기
오오극장 대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니 새로운 희망을 품고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선택할수록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생각으로, 겉으로는 심사숙고를 가장하지만 마음은 많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영웅이나 위인 영화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처칠을 그린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추천할 만한 영화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같은 사건을 다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지만, 덩케르크 작전의 이면을 다룬 ‘다키스트 아워’는 201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게리 올드만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여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덩케르크’가 사상 최대의 철수작전으로 몰살 위기에 처한 40만명의 병사들이 어떤 전쟁을 겪었나에 관한 전쟁 영화라면, ‘다키스트 아워’는 처칠이 어떤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덩케르크 작전을 선택하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한 정치 영화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보수당의 비주류였던 윈스턴 처칠이 총리 자리에 오른다. 처칠이 총리가 된 5월10일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고, 2주 후 절멸 상황에 놓인 40만 영국 병사를 덩케르크에서 구출해야 하는 긴박한 전시 상황이 이어진다. 당시 처칠은 누구에게나 지지받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었다. 처칠이 속한 집권당인 보수당은 독일과의 전쟁보다 화친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같은 당에서는 처칠을 방패막이로 생각하고, 상대 당에서는 처칠을 공격한다. 심지어 처칠은 사면이 깜깜한 벽 속에 앉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애원하지만 거절당하기도 한다. 영화 속 처칠은 완벽하게 고립된 인간으로, 프레임 속에 갇힌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는 ‘타인의 지지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고통과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그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어할지 자세히 보여준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어느 선택이든 그 순간에는 쉬운 것이 없다. 오죽하면 ‘선택 장애’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사람이 살면서 모든 상황에 다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삶에서 선택이란 항상 최선과 차선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일 수도 있다.

처칠은 영화 내내 굉장히 문제가 많았던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국인으로 처칠을 생각한다. 당시 영국이 놓였던 위치나 상황에 대해 합리적이면서 실용적이고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당 주류에 굴복해서 처칠이 히틀러와 싸우지 않고 유화정책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 유럽의 지도는 많이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처칠 또한 인생을 살면서 했던 많은 선택들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착오와 실패의 선택도 있었고,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인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을 한 순간도 있었을 따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처칠은 “성공도 실패도 영원하지 않다. 중요한 건 굴복하지 않는 용기”라고 말한다. 인간이 매 순간 선택 앞에 서야 하는 숙명이라면, 한 번의 선택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가올 선택의 순간들을 견디며 나아가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처칠은 조언한다.

오오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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