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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또 꺾인 균형발전…공장총량제 안 지키면 지방소멸”

2019-02-22

SK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行 파장

20190222
지난달 30일 구미5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희망 2019! 대구경북 시·도민 상생경제 한마음축제’에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SK하이닉스 구미 유치를 외치고 있다. <영남일보 DB>

이른바 ‘기업 논리’는 생각 이상으로 냉혹했다. 경북도·구미시의 간절한 구애(求愛)에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국 경기 용인을 선택했다. 아직 정부 최종 승인이 남아있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구미 유치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SK하이닉스 유치전은 ‘기업 논리’ 대(對) ‘지역균형발전’으로 압축됐다. 경북도·구미시는 지역균형발전과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제시하며 유치에 올인했지만 SK하이닉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부처 협의로 최종입지 결정
기업논리 대변 ‘특별예외’ 우려
수도권규제 관련법 준수 목소리

경북도·구미시 뒤늦은 유치활동
SK 대응전략 제대로 수립 못해
지역정치권 소극 자세도 도마에


◆말뿐인 ‘수도권 공장총량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허가까진 절차가 복잡하다. 경기 용인은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 용인시는 투자의향서를 검토한 뒤 경기도에 물량 공급을 건의하게 된다. 이후 경기도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부지 조성을 건의하고, 기획재정부·산업부·국토교통부가 협의를 거친 뒤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공업용지 물량 배정을 결정하게 된다.

기재부·산업부·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말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반도체 클러스터 최종 입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입지가 결정돼도 실제 부지 조성과 공장 건설엔 2~3년 이상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종 부지 결정 시점은 알 수 없지만 2022년 이후 팹(FAB) 건설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민들은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할 정부가 ‘특별 예외’라는 꼼수를 통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기업이 지방에 투자를 하겠는가”라며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구미시 즉각 반발

경북도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용인으로 선택하자 아쉬움과 함께 정부의 ‘지방 패싱’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2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문제를 떠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법령·제도 체계인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수도권공장총량제의 예외 없는 엄정한 준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 부지사는 “이번 결정은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공장총량제나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비수도권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SK실트론의 9천억원대 구미 투자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고사위기에 빠진 구미에 전자산업 및 지방 반도체산업클러스터 육성과 같은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도는 정부가 지방형 상생 일자리 모델과 지방 국가산단 활성화 특별지원 등 특단의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과 지원이 실행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산단 부활을 노리고 유치 전략을 펴온 구미시도 ‘지방균형발전을 어긴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북 유치전 ‘뒷북’ 논란

이러한 가운데 경북도·구미시가 이번 SK하이닉스 유치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지난해 12월1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 업무 보고’에서 처음 공개됐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이 사업은 향후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돼 반도체 생산 팹 4개와 50여개 중·소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을 사업’이다. 그동안 경북도·구미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를 놓고 경기 용인·이천, 충북 청주, 충남 천안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경북도·구미시는 다른 경쟁 도시보다 늦게 뛰어든 데다 유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알려지고 한 달이 지나도록 SK하이닉스 유치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등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경쟁 지역 정치권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반면, 경북지역 정치권은 유독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또 구체적 유치 전략보다 감정에만 호소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구미시민 이모씨는 “경북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사업인데 경북도와 구미시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하루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왜 용인을 택했나

한편 SK하이닉스는 △국내외 우수인재가 선호하는 수도권 위치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 용이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청주·기흥·화성·평택 등)과의 연계성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 용이 등을 이유로 용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가 확정되면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총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 4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단지엔 SK하이닉스와 국내외 50곳 이상의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도 입주한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직접투자가 아닌, SPC를 통한 간접투자로 이뤄진다. 이 SPC에 SK하이닉스 지분은 없다. SK건설 등 건설사와 재무적투자자(증권사) 등이 SPC 주주로 참여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부지 조성 이후 분양 형식으로 입주할 계획”이라며 “재무적 투자 규모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120조원에 이르는 큰 투자액을 SK하이닉스와 SK그룹이 모두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어 재무적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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