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316.010230811530001

영남일보TV

[자유성] 면장 공모시대

2019-03-16

우리 속담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때 면장을 면(面) 행정의 책임자인 면장(面長)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논어에서 유래됐다. 논어 양화(陽貨)편을 보면 공자가 배우기를 게을리하는 아들 리(鯉)에게 시경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면서 “너는 주남(周南)·소남(召南)의 시를 공부했느냐. 사람이 이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꾸짖었다. 여기서 말하는 아는 것이 부족해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있는 듯한 답답한 상태가 ‘면장(面牆)’이고, 열심히 학문을 익혀 이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면면장(免面牆)’이다. 세월이 흘러 면면장의 ‘면(面)’이 빠지고 ‘면장(免牆)’만 남았는데 오늘날 ‘면장(面長)’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면장(面長)을 하려면 ‘면장(免牆)’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보통 일선 시·군의 5급 사무관이 맡는 면장 자리를 개방형 직위로 공개 모집하는 지자체가 나타나면서 이제는 행정뿐만 아니라 농촌을 빠삭하게 알아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낙안읍성으로 유명한 전남 순천시는 지난해 낙안면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았다. 두 차례 공모 끝에 순천시는 민간인 신길호씨(52)를 낙점했다. 신씨는 낙안면민 100여명 앞에서 면장으로서의 직무수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까다로운 주민 검증을 거쳐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1월 부임한 신 면장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 후 포스코 협력회사 기획실장을 거쳐 2012년 포항시 동해면 금광리로 귀농했다. 2013년 농업회사법인 ‘포항노다지마을’을 세운 그는 직원 28명과 함께 연매출 10억원을 올리는 농업회사로 키웠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 면장은 낙안면에서도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앞으로 주민이 주주인 ‘주식회사 낙안면’을 만들고 35개 마을에 마을기업 하나씩을 설립할 계획이다.

경북에서도 머지않아 민간인 면장이 탄생할 모양이다. 경북도는 이웃사촌 시범마을사업 대상지인 의성군 안계면 면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는 방안을 군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신 면장처럼 열정과 비전,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 면장이 취임해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청년 일자리도 늘렸으면 좋겠다. 배재석 논설위원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