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413.010230833370001

영남일보TV

[토요단상] 한자문화의 행방

2019-04-13

이정희 위덕대 일본언어문화 학과 교수

[토요단상] 한자문화의 행방

나의 연구 분야는 일본문학이다. 일본문학을 연구하다 보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방대한 양의 문학 작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솔직히 일본문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일본 사람은 한자를 알게 됨에 따라 비로소 문학을 창조하는 수단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 한자가 일본에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백제의 왕인박사가 한자를 전해주었다는 시기는 300년대 말이다. 표의문자인 한자를 고심하여 표음문자로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이두(吏讀)의 영향으로 만든 만요가나이다. 이 만요가나로 지은 노래를 630년대부터 760년대까지의 것을 모아 편찬한 것이 ‘만요슈(万葉集)’로 여기에는 신라의 향가(鄕歌)와 같은 노래인 와카(和歌)가 4천500여 수나 실려 있다. 또한 신화, 전설, 설화 등은 국가 주도로 사서인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수록되어 편찬했고, 이것이 성립된 700년대의 지식 계급층은 한문에 대하여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고 하겠다.

그 후로 900년대에 한자를 바탕으로 한자의 흘림체로 만든 문자인 히라가나와 한자의 부수 또는 일부분을 떼어 만든 문자인 가타카나를 만들어 1천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자와 함께 일본 문자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일찍이 한자를 바탕으로 문자를 만들어서 지금으로부터 1천여년 전인 서기 1천년경에 일본의 최초 여류문학가로 불리는 무라사키 시키부에 의해 장편 연애소설이라고 불릴 만한 ‘겐지이야기’가 탄생한다. 일본 문자의 발달이 일본문학의 발달을 가져온 셈이다.

그런데 정작 한자를 일본에 전해준 우리는 어떠한가. 일본에 한자를 전해준 지 1천5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자를 쓰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학생들을 인솔해 일본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각 대학 인솔 지도교수를 위한 회식자리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역사를 전공한 일본인 교수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한자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적을 한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의 중국의 한자는 간자체로 한자가 깨지기 시작했으며, 한국이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온전히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이 미래에는 한자문화의 보고(寶庫)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의 학자들은 한자문화를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들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일본문학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자와 불교가 일본에 들어간 이후에 한자문화가 집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1천여 년 전에 1차 한자문화 집결 시기로 정리해 보았다. ‘만요슈’ 이후 800년대에 옛날이야기 1천여 편이 수록된 ‘옛날이야기’, 905년에 1천100여 수의 노래가 수록된 ‘고금와카집’, 1200년대에 총 2천여 수의 노래가 수록된 ‘신고금와카집’이 편찬되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수필집, 일기집뿐만 아니라 한시, 한문학이 발달하였다. 그리고 2차 한자문화 집결 시기를 1천800년대 일본의 근대화 시기로 보았다. 이 당시는 전통문화와 한자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움직임 위에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번역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화, 사회, 과학, 법률, 정치, 경제 등의 많은 한자어가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서부터 극문학, 시가문학에 이르기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문학작품이 폭발적으로 탄생하였다.

일본은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집결된다. 한자문화의 집결 시기를 1차, 2차로 나누어 살펴보았지만 앞으로 일본이 한자문화를 수집하기 시작한다면 그 시기는 3차 문화 집결로 볼 수도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말과 글의 70% 이상이 한자어다.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세대 격차뿐만이 아니라 문화 격차 현상까지 나타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한자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