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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정치판 전락 위기에 빠진 지자체 체육회

2019-05-08

자치長-체육회장 겸직 금지
정치적 이유로 갈등 빚으면
체육회 예산 축소될 가능성
자율성 확보 취지 사라지고
오히려 비인기종목 고사돼

[동대구로에서] 정치판 전락 위기에 빠진 지자체 체육회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는 체육회가 있다. 대한체육회 집계에 따르면 2017년 17개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의 예산은 거의 1조원에 이른다. 이들 지자체 체육회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실업팀은 모두 787개로 국내 전체 실업팀의 80.55%다. 대부분 비인기 종목이다.

지금까지 시·도체육회장은 시장이나 도지사가 맡았다. 시·군·구 체육회 가운데 93%인 212곳의 회장은 기초단체장이다. 내년부터는 이들 각급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직을 겸임할 수 없다. 지자체장과 지자체 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고,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립한다는 취지다. 새 개정안은 공포 1년 뒤인 2020년 1월16일 시행된다. 각급 지자체 체육회는 내년 1월15일까지 새로운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시행까지 9개월 정도 남았지만 대구와 경북은 물론 지자체 체육회의 걱정은 태산이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지자체장과 체육회장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해당 체육회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장이 원하고 지역 체육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사가 체육회장이 되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그러나 체육회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체육회장직을 활용하거나 지자체장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 단체장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이 체육회장이 될 수도 있다. 단체장과 체육회장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지역 체육인들의 분열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자체 체육회 예산축소 혹은 감소라는 극단적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왜 그럴까.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 체육회는 전체 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이 지원을 강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3항에 따르면 ‘지자체는 통합체육회 및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지부·지회에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법에는 사업비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를 정리하면 운영비는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으며 사업비는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자체 예산으로 향후 자신의 대항마가 될 사람을 지원할 지자체장은 없다.

특정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지자체 소속 비인기 종목 엘리트 선수들의 실직과 이에 따른 한국 스포츠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체육단체 인력 운영도 타격을 받는다. 지자체 체육회의 조직 축소와 근무자들의 신분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취지와 반대로 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의 체육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3월 전국을 돌며 의견을 들었지만 대한체육회는 예산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아서 쓰는 탓에 지방 체육회 몫의 재원을 편성하거나 배정할 여력이 안된다. 지자체가 일정액 이상을 반드시 산하 체육회나 실업팀에 지원하도록 지자체 조례를 제정토록 제안하는 게 고작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체육회는 다른 시·도 체육회와 협의해서 예산지원을 강제할 수 있는 체육회의 법정법인화를 추진하고 회장 선거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정부의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걱정이다. 비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엘리트 체육의 근간을 이루는 지자체 체육계가 정치판이 될 것 같다.

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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