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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해피 댄싱’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2017·영국)

2019-05-24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해피 댄싱’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2017·영국)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해피 댄싱’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2017·영국)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영화를 보고 싶어.” 영화를 함께 보고난 지인의 말이다. 하지만 ‘해피 댄싱’은 그의 바람처럼 편안하거나, 제목처럼 마냥 ‘해피’하지도 않다. 감동과 웃음, 댄스가 주는 경쾌함까지 들어있지만 인생의 쓴 맛까지도 꾹꾹 눌러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주인공 산드라는 평생을 남편과 가정에 헌신해온 35년차 주부다. 경찰인 남편의 은퇴식에서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5년간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것이다. 배신의 아픔으로 집을 뛰쳐나온 산드라는 언니 집에서 머물게 된다. 평생 가정에 헌신한 자신과 달리 언니 비프는 독신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 상류층 부인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산드라는 언니 비프의 자유분방한 삶,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품위 없는 삶(?)이 못마땅하다. 마음을 열지 못한 그녀는 함께 어울리지 않고 자신의 고통 속에만 빠져 지낸다. 하지만 결국 언니 덕분에 그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함께 댄스 수업에 참여한다. 그리고 언니처럼 자유로웠던, 젊은 날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 댄스를 추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의 필름을 보고, 마침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코미디 장르답게 재미있는 상황과 대사들이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멋진 대사들이 곳곳에 있다. 주로 언니 비프가 산드라에게 말하는 구절들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삶을 두려워하는 게 더 문제야” “때로는 너 자신을 믿고 믿음의 점프를 해야 해” 같은 것들이다. 댄스와 함께 흐르는 음악들도 무척 좋은데, 특히 엔딩곡 ‘Running to the Future’가 가슴을 뛰게 한다. 용기를 내어 새롭게 ‘믿음의 점프’를 실행하는 산드라를 위한 응원곡인 셈이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을 연출했던 리처드 론크레인이 감독을 맡았으며, 팜 스프링스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멜다 스톤턴, 티모시 스폴 등 영국이 자랑하는 명품 배우들이 출연해서 맛깔스러운 연기와 함께 갈고닦은 댄스 실력을 선보인다. 댄스 장면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유쾌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댄스 장면은 경쾌하기 그지없고, 안무도 멋지다(주인공의 우울함 따위는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보너스로 런던 야경을 비롯한 런던 시내 곳곳의 모습과 댄스 공연을 펼치는 로마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한 편의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 삶의 지혜 등을 두루 얻기 원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영화를 볼 때 조금은 더 욕심을 내보면 어떨까. 아니, 영화에 좀 더 기대를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삶도 힘든데, 왜 마음이 힘들어지는 영화를 보느냐고도 한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근본적인 치료제 역할을 하기도 어렵지만, 순간적인 진통제 역할만을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작은 계기라도 생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해피 댄싱’, 원제는 ‘Finding Your Feet’. 100분 남짓한 이 한 편의 영화에 담긴 감독의 의도와 진심을 오롯이 느낀다면 분명 삶의 지혜 한 자락을 얻고, 용기를 아울러 얻을 수 있으리라. 각종 ‘테라피’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 영화에는 ‘댄스 테라피’라는 말을 기꺼이 붙이고 싶다. 이미 벌어진 일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면 나만 손해다. 영화는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동시에 “나도 댄스나 시작해볼까”라는 마음까지도 슬쩍 들게 한다.

마지막 장면, 배를 타고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일까. 미국 작가 존 A. 세드의 명언이 저절로 떠오른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는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모험을 떠나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용기를 주는 영화다. 나이와 상관없이.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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