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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한국과 일본의 개발원조 역사

2019-06-01
[토요단상] 한국과 일본의 개발원조 역사

일본 외무성은 5월24일 인도네시아의 방재를 위한 무상자금협력과 수도 자카르타의 하수도 정비를 위한 360억엔의 유상자금협력(엔차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의 하수도 보급률은 4%로 아주 취약하며 교통 체증이 심각한 좁은 도로에서 땅에 묻힌 전력케이블과 가스관을 피해가면서 하수도관을 설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개도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나 경제협력에 관한 뉴스는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얘기다.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는 개발도상지역의 경제사회 개발을 증진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부나 정부관계기관에 의한 국제개발협력활동을 말한다. ODA는 유상자금협력과 무상자금협력, 기술협력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의 ODA는 1954년 개발도상국 원조를 위한 국제기관의 하나인 콜롬보 플랜에 가맹하면서 시작되어 버마(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전후배상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 시기의 일본의 개발원조는 전후배상의 의미가 컸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61년에 해외경제협력기금이 설립되었고 74년에는 국제협력사업단(JICA)이 설립되어 개발원조의 체제가 확립되었다. 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더불어 체결된 ‘일본국과 대한민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도 3억달러 상당의 무상경제협력과 2억달러 상당의 유상경제협력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 중 유상경제협력 2억달러는 해외경제협력기금에 의한 차관이었다. 80년대까지의 대개도국 유상자금협력은 용역과 자재 및 물자의 구매계약을 일본기업과 체결하도록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ODA가 일본기업의 수출증대와 기업진출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ODA는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ODA 공여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용역과 물자조달을 일본기업에 제한하는 구속성 원조는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시아지역과 인프라 건설을 집중적으로 원조하는 상업적인 성격이 강한 ODA에서 빈곤타파와 평화구축,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하는 ODA로 전환되었다. 2008년에는 국제협력은행이 실시해오던 유상자금협력과 외무성이 실시해오던 무상자금협력, 그리고 기술협력을 JICA가 일체적으로 주관하는 ODA실시기관의 일원화가 이루어졌다.

전후 일본은 미국의 구호물자 등 많은 원조를 받은 수원국의 하나이다. 53~66년의 14년간 세계은행으로부터 8억6천만달러의 차관을 도입했는데 이는 그당시 인도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었다. 세계은행 차관은 전력개발을 위한 댐건설, 철강, 조선, 자동차산업의 지원, 고속도로와 신칸센 철도 건설을 위해 투자되었다. 세계은행 차관은 일본의 전후복구와 경제개발에 불가결한 인프라개발과 산업진흥을 통해 고도경제성장에 크게 공헌하였다. 66년에 세계은행의 차관을 졸업한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최다 출자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은 두번째의 세계은행 출자국으로서 개도국의 경제사회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원조는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도 전후 구호물자 지원부터 90년대의 구조조정프로그램까지 많은 원조를 받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87년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이 설립되었고 91년에는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되었다. 95년에는 세계은행 차관 졸업국으로 명실공히 원조 수여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일본에서 도입한 유무상자금은 댐과 고속도로의 건설, 철강산업에 투자되어 고도경제성장의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00여년전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대구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해 수성못을 조성한 일본인 미즈사키는 수성못이 내려보이는 곳에 안장되었다. 유사한 개발원조의 역사를 가진 한일 두 나라가 축적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개도국의 개발을 지원해 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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