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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y인터뷰]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

2019-06-08

“대구경북인, 불의에 먼저 맞서…희생·헌신 예우는 여전히 부족”

20190608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이 대구경북의 애국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대구경북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자 6·25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1907년 일제의 경제주권 침탈에 맞서 나라빚 1천300만원을 갚기 위해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최초의 시민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헌법에 명시된 4·19정신의 모태는 대구에서 일어난 2·28민주운동이라 할 수 있다. 1960년 2월28일 오후 1시쯤 경북고 등 대구지역 학생은 자유당의 장기집권과 횡포, 부패에 맞선 저항운동을 일으켰고, 이는 3·15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6·25전쟁에서도 대구경북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지리멸렬로 후퇴하기만 하던 국군은 대구경북 젖줄인 낙동강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인민군의 맹공에도 낙동강 방어선을 끝끝내 지켜낸 대한민국은 이후 서울 수복과 북진의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유와 독립,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수많은 지역민의 희생을 수반했다. ‘보훈’은 이들의 헌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예우를 해주고, 후손에게 널리 알려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하겠다. 영남일보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4일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을 만나 대구경북의 애국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국채보상운동 이어 2·28민주운동
국난 때마다 위기 극복 물꼬 열어
후손이 잊지 않도록 널리 알릴 것

독립유공자만 단독 안장 국립묘지
대구 신암선열공원이 전국서 유일
애국가치 느끼는 곳으로 만들고파

보훈정책은 ‘독립·호국·민주’ 3축
선진국과 비교하면 70∼80% 수준
유공자·국민 기대치에 부응 노력


▶부임한 지 2년이 돼 간다. 그간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1년7개월쯤 됐다. 부임 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신암선열공원이 전국 일곱 번째로 국립묘지로 승격했다. 또 2·28민주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세 가지 의미 있는 일이 내가 부임한 이후 이뤄졌는데, 대구시민의 염원이 이뤄진 것 같아 즐겁고 설렜다. 하지만 앞으로 대구보훈청의 역할이 커진 것 같아 책임감도 커졌다. 2·28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기념식이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적이 있는데, 뮤지컬 형식을 빌려 진행됐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한 행사였지만 대구가 음악도시인 만큼 뮤지컬 형식의 기념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소스를 제공하고 참여했다는 것에 뿌듯함이 있었다. 신암선열공원의 국립묘지 승격도 기억에 남는다. 독립유공자만 단독으로 모시는 국립묘지는 이곳이 유일하다. 신암선열공원은 대구시민, 대한민국 국민에게 독립의 실상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묘지다. 잘 단장해 주민이 쉽게 다니면서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애국의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대구지방보훈청장으로서 바라본 대구경북은 어떤 곳인가.

“대구경북은 애국의 정신을 가진 곳이다. 소의를 죽이고 대의를 위하는 것,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것이 대구경북의 정신이다. 대구경북은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물꼬를 터준 곳이다. 국채보상운동은 세계사에 유례 없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었고, 3·1운동이 시작된 이후 대도시 중에선 대구가 평양 다음으로 빨리 일어났다. 6·25전쟁에서는 지형적인 것도 있지만 대구에서 모든 방어의 힘이 결집되면서 낙동강을 제대로 방어해 냈다. 2·28민주운동도 마찬가지다. 이런 위기 때마다 그 중심에는 대구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독립운동 유공자 서훈이 대구경북에 가장 많다. 출신지를 알 수 있는 자정순국자가 전국에 73명인데, 대구경북 출신이 18명이나 된다. 이처럼 대의, 국가, 희생, 그리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대구보훈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훈사업이 있나.

“지방청이라는 게 독자적인 사업이나 정책을 가지기 어렵다. 일부 선양활동,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에 맞춰 융통성 있게 진행할 수 있다. 보훈·애국이라는 게 미래를 위한 것이지 과거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선조의 정신을 본받아 국가를 지탱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힘을 만들자는 게 보훈이기 때문이다. 교육청 등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하지만 지방보훈청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채보상운동 발자취를 따라서’ ‘달빛청소년 상호탐방’ ‘청소년 DIY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애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까지 대구경북 지역민이나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많다. 대구보훈청이 주목하고 있는 독립운동가가 있는가.

“대구하면 이상화 선생 등이 유명하다. 대구보훈청에서는 최근 김태련·용해 부자의 독립운동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김태련 선생은 3·8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분으로, 서문밖시장에서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하신 분이다. 김용해 지사는 김태련 선생의 아들로, 일본경찰이 아버지를 구타하는 것에 맨몸으로 맞섰다가 심한 구타를 당했다. 이후 20일간 가혹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석방된 다음날 순국했다. 옥에 갇힌 김태련 선생은 감옥에서 노역으로 모은 3원50전의 품삯으로 아들의 무덤에 비문을 세웠다. 비에는 ‘기미년 3월 초하루 의로운 피가 질퍽했나니 아비의 괴롬에 찬 품삯으로 아침 햇살 아래 이 돌을 세우노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구보훈청은 이분들을 ‘독립의 부자’라고 명명하고, 합동청사 회의실 등에 이분들의 이름을 붙였다. 현재 김태련·용해 부자는 국립신암선열공원에 잠들어 있는데, 국립묘지를 단장할 때 이분들의 이야기를 더 알리고 싶다.”

▶6·25전쟁에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많다. 이분들에 대한 발굴 또는 지원사업도 있나.

“대구 출신으로 중요한 전장에서 공을 세운 분이 많다. 특히 병사 출신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분이 있다. 서구 비산동 출신인 홍재근 일병과 남구 봉덕동 출신 김옥상 일병이 대표적이다. 두 분은 각각 육군 제17연대 제3대대, 제7사단 제5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이 외에도 허봉익 대위, 유치곤 준장, 도대철 중위, 공해동 하사가 대구 출신으로 무공훈장을 받은 분이다. 내년이면 6·25전쟁 70주년인데, 전쟁에 참전했으나 기록이 없어서 참전자로 인정 못 받는 분이 많이 있다. 특히 비군인은 기록이 더 없는 실정이다. 2014년부터 국가보훈처가 이런 분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방보훈청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엔 500명 정도 발굴을 해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잊히고 사장된 분들을 더욱 많이 발굴해내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을 이어가겠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보훈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지적을 받는 이유와 해결책은 무엇인가.

“미국과 비교했을 때는 예산 자체가 크게 차이 난다. 또 미국의 보훈정책은 제대한 군인 위주인 반면 우리는 크게 독립·호국·민주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70~80% 수준까지 보훈정책이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비하면 아직까지 부족한 것은 맞다. 유공자나 국민의 기대치에 맞춰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나가겠다.”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바라는 점이나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보훈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탱하며 애국으로 통합케하는 핵심가치이다. 독립·호국·민주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우리 대구경북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나라 사랑하는 일과 보훈에 대한 깊은 관심도 당부드린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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