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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음주와 서민경제

2019-07-20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대폭 강화된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던 대폿집과 식당은 한결같이 울상이다. 소주와 막걸리 몇 잔으로 세상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던 직장인들이 ‘아침 숙취 음주단속’ 때문에 술자리를 피하거나 일찍 끝내기 때문이다. 대폿집이나 식당에서 노래방으로 향하던 직장인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2차 술 문화’인 노래방 코스는 옛 말이 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 면허취소는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대폭 강화됐다. 보통 사람들은 소주 또는 막걸리 한 사발만 마셔도 강화된 단속 기준에 적용된다. 이른바 윤창호법 발효는 ‘한 잔은 괜찮다’에서 ‘한 잔도 안 된다’로 음주문화를 바꿨다. 윤창호법 이후 직장인들의 술자리 건배사도 달라졌다. ‘건강·행복·단합’을 외치던 건배사는 “‘2020’(20시까지 2차 없이 마시자), ‘1921’(19시에 시작해서 21시에 끝내자)을 위하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일명 낮맥(낮에 마시는 맥주)도 직장인들 사이에 생겨났다. 윤창호법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지자 회식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다.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사실 윤창호법에 대한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가 돌아야 사람이 살 수 있듯이 돈이 돌아야 경제가 움직인다. 사람의 혈액순환은 건강 유지에 기본이고, 가계·기업·정부의 원활한 돈 흐름은 생산·소비·투자로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경제활성화는 먼 나라 이야기다. 넓고 푸른 초원이 가뭄으로 황폐해지면 포식동물의 먹잇감이 사라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윤창호법은 불과 20여일 만에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상당수 외식업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영란법(부패방지법), 최저임금, 미투파문으로 타격을 입었던 외식업계는 윤창호법까지 덮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김영란법의 거센 물살, 최저임금 인상 파도, 미투 쓰나미를 겨우 버틴 상황에서 윤창호법이라는 태산에 부딪힌 것이다. 높아도 너무 높아진 산을 넘을 수 있는 신의 한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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