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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나랏말싸미

2019-07-26

소리글자 창제 세종,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언어능력 출중한 신미 스님에게 한글창제 도움 요청
동료이자 경쟁자인 세종·신미의 다층적 관계 과정

[금주의 영화] 나랏말싸미

숭유억불정책(崇儒抑佛政策)과 더불어 한문과 한자 언어에 기반한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조선. 온 백성이 평등하게 지식을 나누는 사회를 꿈꾸며 새로운 소리글자를 창제하려는 세종(송강호)은 실마리를 잡지 못해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그 시기, 선대왕이 약속한 팔만대장경의 원본을 가져가겠다는 일본 대사들의 요구로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소헌왕후(전미선)는 언어 능력이 출중한 신미 스님(박해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신미의 능력을 높이 산 세종은 그와 함께 한글 창제의 기틀을 마련한다.

‘나랏말싸미’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집현전 학자와 세종대왕의 업적으로만 알려졌던 기존의 한글 창제설이 아닌, 세종이 죽기 전 유언으로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 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라는 법호를 내렸다는 신미를 한글 창제의 숨은 조력자로 내세운다. 물론 이 설(說)도 영화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여러가지 한글 창제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과연 세종대왕 한 사람의 머리에서 이렇게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원리를 가진 문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영화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이 10여년 동안 품었던 의문이다. 그는 그 실마리를 실존 인물인 신미 스님에게서 찾았다. 동시에 소리글자를 창제하겠다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 자기 능력의 한계를 체감하고 우울해하는 세종과 자기 뜻대로 주장을 펼치는 고집스러움과 당당함이 가득한 신미 스님을 대비해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한글 창제 과정의 역동성과 함께 ‘나랏말싸미’가 흥미로운 지점은 동료이면서 경쟁자인 세종과 신미가 다층적인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다. 조선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과 가장 천한 신분으로 만났지만 둘은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시종 팽팽한 긴장과 대립을 유지한다. 협업에 앞서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라는 세종의 말에 “아니요. 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라며 맞받아치는 신미의 배짱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종은 억불정책이라는 당시의 지엄한 질서에도 불구하고 수양과 안평, 두 왕자에게 신미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라고 했을 만큼 그를 신뢰한다. 송강호, 박해일 두 배우의 깊이 우러나는 정중동의 연기는 물론, 그간 출입이 불가했던 해인사의 장경판전을 포함해 자랑스럽고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압도적인 볼거리를 자랑한다. (장르:역사극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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