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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시대 중국국방 2019와 중국의 본심

2019-07-29

전투기 진입 국방백서 발표
중국의 의도된 이벤트인 듯
한반도 화약고로 보이지만
美中北露韓 소통 더 많아져
동북아 전쟁시대 탈피 기회

[아침을 열며] 신시대 중국국방 2019와 중국의 본심
이정태 경북대 교수

지난 7월24일 중국국방부는 ‘신시대 중국 국방’이라는 제목의 국방백서2019를 발표하였다.

백서는 세계경제와 전략의 중심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과 대국 간의 게임이 지역안전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안전이익을 크게 훼손하였다는 내용인데,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적시한 부분이다. 미국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이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더군다나 중국 국방백서 발표 하루 전인 23일에는 러·중 전투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사건이 있었고, 다음날인 25일에는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사건이 있었다. 얼핏 보면 중·러 합동훈련, 중국의 국방백서발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개별 사건들처럼 보이지만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연계된 이벤트가 분명하다.

우선 중·러 전투기가 이동한 궤적을 연결해보면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 모두를 무시하고 비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한일방공식별구역을 무효화시키려는 의도다. 방공식별구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적 공습 방어를 위해 일방적으로 설정한 구역을 말한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6·25전쟁 중에 미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일본방공식별구역은 미군점령기에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설정했다. 때문에 과거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구역을 적국인 중·러가 종횡무진 활공한 행위는 미국의 기득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적’에 대한 인식문제다. 한국방공식별구역 설정의 전제가 중국과 소련을 가상의 적으로 한 대응이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체제를 주도해온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분명 침범에 해당한다. 그런데 기자회견에 임한 중국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은 “한국과 중국은 우호적인 이웃나라(友好隣邦)인데 중국전투기가 한국영공에 진입한 것을 ‘침범’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되물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고, 과거 미국이 설정한 군사적 적대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사표시다. 국방백서2019에서 중국이 미군의 사드배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오쩌둥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적의 친구는 적이고,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논리와 상통한다. 결과적으로 화춘잉이 하고 싶은 말은 미국도 중국의 친구라는 한마디였다. 그러면 중국을 겨냥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도 없고 한국에 미군이 주둔할 필요도 없어진다. 자연스러운 미군철수, 이것이 바로 중국의 본심이다.

미국도 중국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김정은 미팅을 세 차례나 주선했고, 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했다. 특히 판문점 번개팅 직전에는 시진핑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직접 평양을 방문하여 격려한 바 있다. 그래서 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의미를 한정시키고 도발이 아니라고 정리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투기가 날고 상호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어서 한반도가 다시 화약고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를 보면 미국-중국-북한-러시아-한국으로 연결되는 소통의 길이 더 많아지고, 상호협력이 더 큰 이익을 준다는 공동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급격한 변화와 세력재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동아시아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할 기회를 맞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다들 염려하고 있는 일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번개팅 이벤트로 인해 갑자기 용도 폐기된 충격은 있겠지만 전범국 일본의 멍에를 슬기롭게 벗고 경제대국 일본의 역할을 재정립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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