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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콘텐츠라는 본질

2019-09-06
[문화산책] 콘텐츠라는 본질
이승현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

최근 대구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축구’다. 작년 FA컵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대구 축구는 보잘것 없었다. 대구FC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소속되어 있었고, 6만명이 넘게 수용 가능한 대구월드컵경기장에는 한동안 겨우 600명 정도의 유료 관객이 찾기도 했다. 그런 대구 축구가 2019년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홈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S석의 경우는 비지정석이기 때문에 경기 시작 1~2시간 전에 가야 괜찮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대구 축구가 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그 이유를 통해 어쩌면 대구 문화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는 않을까.

2019년 시즌이 시작된 이래 대구FC가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조광래 사장은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의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첫째, 조광래 사장은 경기장을 극장에 비유했다. 일명 ‘대팍’이라고 불리는 축구전용 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그가 말한 극장이다. 이전 경기장과는 달리 시민들이 경기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를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어 대구FC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둘째, 그는 축구가 영화나 콘서트와 같은 돈을 내고 보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력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단의 성공에 두 요소 모두 큰 역할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대구FC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라는 인식에서 볼 때 경기력과 팬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세징야 선수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대구FC에는 조현우 선수를 빼면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그러나 이제 대구FC는 전국적으로도 인지도 있는 구단이 되었다. 경기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지만, 경기 자체에 매료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대구FC 경기를 보고 나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다. 전후반 90분 경기를 마친 대부분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만다. 그만큼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대구FC 선수들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을 기다린 팬을 위해 오랜 시간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고서야 경기장을 떠난다. 결국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프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최근 침체하고 있는 프로야구를 본다면, 대구FC의 성공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문화예술을 스포츠와 단순히 비교해 하나의 시선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대구FC가 재정이 가장 열악한 구단 중 하나라고 하지만, 축구는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비해 규모가 크고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대중이 콘텐츠의 완성도에 따라 그것을 향유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구 문화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광래 사장이 그랬듯 콘텐츠라는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문화산책’을 통해 이러한 고민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승현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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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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