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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노희정의 감각수업] 리듬이라는 감각을 파는 방법

2019-10-04

백화점·대형마트 고객 지갑을 빨리 열 수 있는 음악

20191004
20191004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채팅방에 재미있는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은 ‘어느 솔로 아르바이트의 소심한 복수’였다.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매장 음악 목록을 온통 이별노래로 바꿔놓았단다. 만약 이별 노래를 들은 커플이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참 난감할 일이다.

물론 이별 노래를 몇 시간 들었다고 해서 잘 만나던 커플이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부정적인 가사 내용이나 우울함을 담아낸 운율을 생각하면 분명 좋은 선택은 아니다.

‘사는 대로 노래하고, 노래하는 대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매장에서 어떤 음악이나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래가사나 리듬처럼 신명나게 매출이 오르거나 반대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리듬으로 공연예술계에 획을 그은 작품이 있다. ‘난타’다. 1997년 PMC 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만든 ‘난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타악기 공연의 하나로, 글로컬 비주얼 문화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 전통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바탕으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그린 ‘난타’는 대사가 전혀 없는 한국형 뮤지컬 퍼포먼스다.

주방용품인 칼·도마·냄비·프라이팬·접시 등의 재료들을 두드려서 내는 파워풀한 리듬과 소리, 액션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의 고유 리듬인 사물놀이를 피아노, 재즈 등 현대적 공연 양식에 접목했다. 한국만의 리듬을 자본화한 것이다.

청각은 리듬을 잡아낸다. 청각이 잘 잡아내는 리듬이나 가사를 생각해 보자. 그 안에는 내가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한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원하는 리듬을 매장에서 들려주면 매출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판매를 할 때의 진짜 승부는 고객이 갈등을 할 때다. 고객이 눈앞에 있으면 말로 설득할 수 있지만, 홈쇼핑의 경우 직접적인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음악을 통한 ‘심리 자극’이다. 2015년의 경우 홈쇼핑에서 사용하는 심리자극 노래 1위로 씨스타의 ‘Shake it’이 선정되었고 김태우의 ‘high, high’ 역시 인기가 높다. 지금 막 내가 홍보한 제품을 앞에 두고 고객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을 경우 이런 노래를 들려주면 어떨까. 고객은 스스로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지갑을 열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바탕에는 바로 이런 음악이 깔려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에 가면 매장에서 흐르는 음악을 차분히 들어보고 왜 그 노래를 들려주는지 생각해보자. 매장에 고객이 적을 때는 익숙한 리듬의 음악을 들려준다. 가급적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반면에 고객이 많고 바쁜 시간대에는 빠른 음악으로 회전율을 높인다. 백화점이나 대형매장뿐 아니라 중소형 매장에서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또 매장 층별로 주 이용고객의 연령대에 맞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대체로 지금 시즌보다 반 시즌 앞선 음악을 들려준다. 늦봄이면 여름노래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신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생활용품은 느린음악으로 체류시간을 길게하는 것이 매출이 높이는 역할을 하고, 의류나 액세서리 등은 살까, 다음에 살까, 고민을 빠른 시간 내 결정하도록 빠른 음악으로 그들의 구매욕구를 자극시키는 것이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모든 매장에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의 차별된 청각마케팅을 위해 음원사이트를 구매해서 신청곡을 받기도 하고, 매장 콘셉트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별해서 들려준다.

리듬과 매출의 관계는 ‘그럴 것이다’라는 통념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1986년 ‘소비자 연구’가 매장에서 들려주는 노래와 고객의 걸음 속도를 살핀 실험이다.

우선 같은 매장에서 73bpm(1분당 1비트)의 느린 음악과 93bpm의 빠른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느린 음악이 나올 때는 127초였던 걸음이 빠른 음악이 나올 때는 108초로 빨라졌다. 매출 역시 달라졌다. 느린 음악이 나올 때의 평균 판매액은 16.740 달러, 빠른 음악이 나올 때는 12.112 달러였다. 이처럼 청각이라는 감각 역시 분명한 자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은 소비자 마음을 철저히 분석하고 데이터화해서 관리한다. 작은 매장에서도 고객을 설득할 때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사소한 차이로 승부가 일어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분명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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