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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카페] “한국, 성장없는 분배 베네수엘라 길 가나”

2019-10-09

황교안 대표, 文 경제정책 비판
한국은행, 이례적으로 의견내며
“두나라 직접 비교 대상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자존심 상해”

중남미의 베네수엘라가 우리나라에 종종 소환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혼란으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나라로 소개되고 있다. 외신을 통해 접하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올초 베네수엘라 성인 몸무게 평균이 1년 전과 비교해 11㎏이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7일에는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국민이 460만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와 비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소재로 사용된다.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추면서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8일 국회에서 당의 경제 비전을 담은 ‘민부론’ 입법 세미나에서 “성장 없는 분배는 망국으로 가는 길로, 지금 우리는 베네수엘라처럼 그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급행열차를 탔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겨낭한 발언이다.

또 “기업의 해외투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거꾸로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는 폭락해 우리 경제가 난치를 넘어 불치병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가짜뉴스를 얘기한다”며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으로 한국경제가 22년 전 IMF 외환위기 사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이다.

베네수엘라 논쟁에 대해 한국은행이 의견을 나타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은은 8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베네수엘라 경제 비교’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직접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 산업에 수출의 96%, 재정수입의 50%,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베네수엘라는 2014년 이후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한국 경제가 파탄에 빠진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설명처럼 한국 경제와 베네수엘라 경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자꾸 베네수엘라가 거론되는 것은 한국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거나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제발 정부가 경제에 대해 올바르게 진단했으면 좋겠다. 베네수엘라 논쟁에 불쾌함을 가지지 말고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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