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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목요시선] 장애인의 性的 권리

2019-10-10

제한된 환경서 사는 장애인
무성존재 취급 성교육 배제
성인이 돼도 아이 취급받아
성생활 향유 기회 박탈안돼
사랑 나누는 주체 명심해야

[목요시선] 장애인의 性的 권리
이승연 (소우주 작은도서관장)

얼마 전 생활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꾸리는 6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했다.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분이 갑자기 “선생님. 저희에게 말을 높이지 말고 반말로 해 주세요”라고 했다. 깜짝 놀라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시설에서 선생님(직원 등)들이 늘 반말로 하셔서 높임말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해도 표현해본 적이 없고, 어떻게 고백하고 사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필자가 ‘장애인의 성(性)’이란 이름으로 성교육을 한 지 15년이 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호소해야 했지만, 지금은 많은 곳에서 장애인의 성과 관련해 다양한 교육을 요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은 장애가 있건 없건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친밀함과 사회적 관계를 욕구하는 성적 존재다. 따라서 성교육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 사회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인간관계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는 달리 제한된 언어능력과 환경 속에서, 제한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성역할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비장애인보다 성적자기 표현이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자존감도 낮다.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는 무성적 존재로 취급받으며, 성적행동이나 표현에 있어 굉장히 통제를 받으며 살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성이미지가 크게 2가지 있다. 순진무구한 ‘무성적 존재’라는 편견과 오히려 성적으로 ‘과도한 본능을 지닌’ 성적 이상자라는 잘못된 통념이다. 이에 성적 존재로서 존중받으며 성정체성, 스킨십, 대인관계, 연애, 성윤리 등 성장에 따라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성교육에서 배제 또는 억압당했다. 결국 성인이 되어 사회적 삶을 살아가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적으로 영원한 아이되기를 강요받았다. 또한 많은 사람이 장애인들은 모두 비슷한 경험과 욕구를 가지고 살아갈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유형, 장애정도, 사회적 관계, 젠더인식 등에 따라 다른 경험이나 개인마다 다른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들은 어떤 모습이든 뭔가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서로의 몸을 통해 기쁨과 안정감을 주고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도 성을 스스로 실현하는 방식과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만난 많은 장애인은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장애인도 성적 만족감을 포함해서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9조(성 향유 및 자기 결정권 - 성에서의 차별금지)에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여서는 아니 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를 이유로 한 성에 대한 편견·관습, 그 밖의 모든 차별적 관행을 없애기 위한 홍보·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누구나 존중 받으며 사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장애, 그것이 아니다. (예)비장애인 중심사회에서 장애와 관련된 왜곡된 통념과 차별로 인한 것이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이다.

이승연 (소우주 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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