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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적 합의 없이 고교체계에 손대다니

2019-11-09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 3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1992년 도입된 외고는 33년 만에, 국제고는 1998년 도입 후 27년 만에, 자사고는 2001년 도입 후 24년 만에 모두 폐지된다. 특수목적고 가운데 과학고·예술고·체육고·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영재고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대구에서는 자사고인 계성고, 경일여고, 대건고와 대구외고, 경북에서는 자사고인 김천고, 포항제철고와 경북외고가 이에 해당된다. 경일여고는 이미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 신청을 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사태에서 보듯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그동안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대학 특정학과 진학위주로 운영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유수대학들이 입시에서 이들 학교를 우대하면서 ‘고교 계급’이라는 예민한 사회갈등 요인까지 촉발시켰다. TV드라마에도 나왔지만 가정에서의 사교육 부담도 엄청나게 커졌다. 개선책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백년대계로 추진되어야 할 교육정책 전환을 국민적 합의 없이 군사작전 하듯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치적 폭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은 여러 부작용을 낳게 된다. 무엇보다 ‘강남 8학군’ ‘대구 수성학군’ 같은 학군 서열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 교육부 장관은 “고교 체계 개편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가 실제화한 경우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현실을 잘 모르고 한 소리다. 당장 초등학교 저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집 주변에 명문 일반고가 없으면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고교체계 같은 우리 교육제도의 근간이 갑자기 바뀌면 교육현장에서는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권과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입맛대로 학교체계를 이랬다저랬다 하면 교단에 서는 교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기존 교육정책에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국가미래 차원에서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정책을 바꾸려면 우선 인재육성 방향에 부합하는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 다음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교육제도는 안정성과 일관성, 예측가능성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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